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10일 오후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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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배승아 양(9)을 숨지게 하고 초등학생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운전자가 당초 소주 반병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한 병을 마셨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11일 대전경찰청은 언론브리핑에서 “사고 이튿날인 지난 9일 운전자 A 씨(66)를 소환해 진행한 조사에서 A 씨는 당시 소주 1병을 마셨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경찰 조사에서는 “아이들을 충격한 줄 몰랐다. 기억이 없다”며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8일 낮 12시 30분경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A 씨 포함 9명이 있었는데 모두 60대 중후반으로 당시 맥주와 소주 등 총 13~14병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A 씨와 마찬가지로 전직 공무원이 일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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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A 씨를 상대로 가해 사실 인지 여부를 조사해 추가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처음 진술한 대로 기억조차 없을 만큼 술에 취해 사고를 낸 것이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도 추가 적용할 수 있다”며 “정확한 음주량과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당시 술자리에 있던 지인들이 A 씨가 술을 마신 것은 알았지만,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음주운전 묵과도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조죄가 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 지시 등 지휘감독 관계가 명확해야 하므로 적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10일 대전 서구 탄방중 앞 사고 발생지역에서 시민들이 고(故) 배승아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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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번 사고로 다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진과 함께 심리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B 양(10)은 뇌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한 C 군(11)은 사고 충격으로 현재까지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