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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공격한 개, 안락사 법제화 추진

입력 | 2023-04-04 03:00:00

농식품부, 맹견법 도입 검토
기질평가 거쳐 반복 위험땐 명령
신고-허가 없이 맹견 키우면 처벌
개 물림 사고 50% 감축 목표로 추진




사람을 공격한 개에 대해 시도지사가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는 법안(소위 ‘맹견법’) 제정을 정부가 검토 중이다. 맹견 사육에 대한 사전 허가제도 맹견법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맹견법 관련 연구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증가하면서 안전한 양육문화 조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현행 동물보호법과 별도로 맹견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사람 문 개, 기질평가 거쳐 ‘안락사’ 가능

농식품부에 따르면 맹견법에는 사람 또는 동물을 무는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처분 규정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는 사람을 문 개의 주인에게만 관리 책임을 물어 형법상 과실치상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강제 조치는 별도 규정이 없다.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적시된 핏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등 5종에 대해서만 소유자 동의 없이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을 문 개가 반복해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어도 맹견 5종에 포함되지 않으면 최소한의 강제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견종과 무관하게 시도지사가 기질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견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을 맹견법에 넣을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개 물림 사고를 2027년까지 연간 1000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했다. 하루 평균 6건꼴이다.

동물행동 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사람이나 동물을 문 적이 있는 개는 다시 공격성이 발현돼 물림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복종 능력 평가, 공격성 테스트 등을 통해 교육과 훈련으로 개선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맹견 키우려면 허가 받아야

맹견에 대한 사육 허가제도 맹견법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은 맹견을 키우는 견주에 대해 정기적인 교육 의무 등은 부과하고 있지만, 사육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교육 의무를 어기더라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데 그친다.

앞으로 허가제가 도입되면 시도지사 판단에 따라 맹견 사육을 금지할 수 있다. 허가 없이 맹견을 사육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려견 수입업자는 맹견 수입 시 품종과 수입 목적, 사육 장소를 농식품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사고견 안락사, 맹견 사육 허가 등의 내용은 2024년 4월 시행 예정인 개정 동물보호법에도 포함돼 있다. 농식품부는 연구 용역을 거쳐 개정 동물보호법의 맹견 관련 부분을 별도 법률인 맹견법에 포함할 계획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영국, 미국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을 진행 중인데, 맹견법 도입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동물복지법은 동물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데에서 나아가 동물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락사를 포함한 맹견, 사고견 규제 조항이 동물복지를 규정한 법률에 포함되는 점이 상식과 맞지 않아 새로운 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