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 40%가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 매년 봄 ‘산불 특별대책기간’ 지정 산림청장이 직접 주민 만나 계도… 지자체가 쓰레기 없애주고 산불 감시
지난 8일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특수진화대 등이 야간에 현장에서 필사적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일요일인 3월26일 오후 4시 전북 무주군 적상면 여원마을회관 앞. 남성현 산림청장이 회관에 모여 있는 60, 70대 동네 어르신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산불 예방, 쓰레기 소각 금지’라고 적힌 행주를 선물로 전달했다. 음료수 뚜껑도 일일이 열어 전달했다.
“고춧대, 콩대, 깻대 이런 거 태우다가 평생 가꾼 산을 태우면 얼마나 억울해요….” 남 청장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태우다 적발되면 과태료도 내야 하고, 불을 내면 진짜 감옥 가야 해요. 어머님….”
봄철 산불 40%, 논 밭두렁·영농부산물 태우기 원인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331건. 이 중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 부산물 등 쓰레기를 소각하려다 산불로 번진 경우는 89건(26.8%)에 달한다.
특히 현재 원인을 조사 중이거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103건 대부분도 이 같은 원인일 것으로 산림청은 추측하고 있다. 봄철 산불 40% 정도는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 소각이 원인이라는 것.
현장에 동행한 황성태 서부지방산림청장은 “농촌 지역은 대부분 고령자가 많아 논밭이나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불을 낼 경우 신속한 현장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말로 하지 말아야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상주에서, 이달 3일과 18일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산불도 역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 발생한 것으로 당사자는 이 같은 처벌을 받게 됐다.
남성현 산림청장, “농촌 다니며 직접 호소하겠다”
남성현 산림청장(오른쪽)이 휴일인 26일 전북 무주군 적상면 여원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봄철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논밭두렁과 영농부산물 소각행위는 “절대 안된다”며 두손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남 청장은 “관행적으로 일 년 농사의 시작은 논·밭두렁 태우기와 영농 부산물 태우기부터 시작한다”며 “이것만 하지 않아도 봄철 산불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40여 년 전 산림공무원을 시작할 때부터 이를 강조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직접 전국을 발로 뛰기로 했다”고 전했다. ‘찾아가는 산불 예방 일일 감시원’을 자처하고 나선 것.
이달 16일에는 강원 춘천시 고은2리, 17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봉선사, 18일 충북 옥천에 이어 26일에는 무주를 방문한 것.
남 청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산불 방지를 호소하는 영상도 제작해 전국 2300개 농협 점포 모니터를 통해 수시로 호소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임업인총연합회 등 임업인 단체와 함께 산불 예방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산림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는 ‘숲사랑지도원증’을 발급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밀착, 전방위 산불 예방에 나서고 있다.
남 청장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대형 산불의 증가 등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산불 예방과 진화 등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가는 추세”라며 “이제 산불 재난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응해야 하는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휴일인 이날 순천에 이어 무주 방문을 마치고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집무실로 돌아온 남 청장은 귀가를 접고 인천시 강화도 마니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다고 한다.
무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