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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낙태권 폐기 후 ‘원정 낙태’ 급증

입력 | 2023-03-06 03:00:00

노스캐롤라이나州 낙태건수 37%↑
“3분의 1 이상 다른 주 출신 추정”
반대론자, 병원 앞 물리적 위협도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이후 주(州) 정부가 낙태권을 허용하는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일부 주에서는 오히려 낙태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가 어려워진 다른 주 주민의 ‘원정 낙태’가 증가한 것이다. 일부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 시술 병원 앞에서 물리력를 행사하는 등 찬반론자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4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족계획협회(SFP) 조사를 인용해 낙태권 폐기 이전인 지난해 4월 3190건이던 노스캐롤라이나 낙태 건수가 같은 해 8월 4360건으로 37% 늘었다고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임신 24주 이전 낙태할 권리를 여전히 보장한다. 낙태 시술을 하는 자녀계획클리닉 병원 측은 “낙태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다른 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낙태권이 없는 테네시주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왔다”며 “이제 막 3세가 된 아이가 있는데 또 낳을 경우 안정적 삶을 유지할 수 없어 (낙태를) 결정했다”고 NYT에 말했다.

낙태 환자가 몰려 병원 예약에만 한두 달이 걸리다 보니 기다리다 법적 기한 임신 24주를 지날 우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산부인과 전문의 조너스 스워츠 박사는 “남부의 다른 주들이 낙태를 제한하면서 (밀려오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마저도 병원비 숙박비 등을 댈 처지가 못 되는 빈곤층에게 ‘원정 낙태’는 그림의 떡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병원 앞에 진을 치고 병원에 오는 여성들 사진을 찍거나 고함을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체포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지난해 낙태 시술 병원 주변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주 의원들이 낙태 가능 기간을 임신 12주 이하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를 밝히는 등 정치권의 갈등도 심각하다. 여론조사 결과 노스캐롤라이나 응답자 57%는 ‘현행 임신 24주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