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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출신들이 만든 ‘파두’, 반도체 설계社 첫 유니콘 됐다

입력 | 2023-02-28 03:00:00

프리 IPO서 1조800억 기업가치 달성
8년전 설립… SSD 컨트롤러 주력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고객으로 확보
업계 “美독식 팹리스서 가능성 확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스타트업 파두가 1조800억 원의 기업가치로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1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독식하던 팹리스 분야에서 거둔 성과라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다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두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된 프리 IPO에서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7일 밝혔다.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신규 투자사인 IBK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파두 관계자는 “당초 예정했던 유치 금액을 20% 상회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명확한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두는 2015년 7월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현재 주력 사업은 데이터센터용 SSD(데이터 저장장치) 컨트롤러로,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전송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장치다.

파두는 설립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설립 1년여 만인 2016년, 미국 인텔이 자체 테스트 연구소에서 파두의 시제품을 실증한 결과 당시 인텔 최신 제품보다 2∼3배 빠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공급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들에 일일이 기술력을 검증받아야 했다.

파두는 지난해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에 기업용 SSD 컨트롤러를 공급하는 등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주요 빅테크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간 지난해 500억 원대 매출액에 4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파두의 성과에 대해 한국이 취약했던 팹리스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세대(5G)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이 발전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가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꼽히는 배경이다. 한국은 그동안 56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중 30%가량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만 선전해 왔다.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미미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팹리스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 본사를 둔 설계 전문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세계 1위 미국(68%)은 물론이고 대만(21%)이나 중국(9%)에 비해서도 한참 뒤떨어진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국내 팹리스 기업이 그동안 성장하지 못했던 것은 국내 시장이 작은 데다 수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대규모 센터가 아닌, 중소 데이터센터들의 요구를 파두가 충족시키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파두는 2030년까지 다양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제품군을 갖춰 매출 3조 원 수준의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스토리지 반도체인 SSD를 넘어 네트워크 반도체와 CXL 제품, 스트리밍·AI 관련 제품군 등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시스템 반도체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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