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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kg 55세 이남자, 2개월 만에 17kg 뺀 노하우를 말한다

입력 | 2023-02-23 14:59:00

[6개월동안 50kg 살빼기 프로젝트]
고혈압 수치 정상 복귀… 100분에 2000kcal 등산형 걷기




《내 나이 55세(1968년생), 2022년 12월 12일 현재 체중 121kg. 건강검진센터로부터 중증도 고도비만, 고혈압, 중증도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다.살아남기 위해 곧바로 50kg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표준체중 71kg에 이르는 그날까지 ‘살과의 전쟁’을 지상 중계한다.》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방치하면 장담 못 해요.”

2022년 12월 5일 미루고 미뤄 받은 건강검진의 결과가 손에 쥐어졌다. 이미 11월 26일 검사 당일 20년간 다닌 건강검진(건진)센터 원장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터였다. 사실 이번 건강검진은 생애 최악이었다. 수면진정제(수면마취제)를 주사할 정맥을 찾지 못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지 못했다. 살이 너무 쪄 팔다리, 손발 그 어디에서도 정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정맥을 찾느라 생긴 주삿바늘 자국만 이곳저곳 시퍼런 멍으로 남았다. 너무 높은 혈압(158/98mmHg)도 문제였다. 고혈압 상태에서 수면진정제가 혈액 속에 들어가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통 수면내시경을 예약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다른 약은 복용 금지 대상이지만 고혈압 약만은 먹고 오라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체중 121kg에 허리둘레 121cm(약 48인치). 검진 결과 고혈압, 고지혈증, 중증도 지방간, 당뇨 의심, 위축성 위염, 요단백 약양성, 신장결석 의심 등의 질환명이 도출됐다. 건진센터 원장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는 당장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으라”고 했다. “약 복용과 함께 식이요법, 운동 등으로 살을 확 빼지 않으면 혈관 질환으로 몇 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거의 100%”라고 위협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네 번 쓰러지고 혈관성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가족력을 아는 의사라 그저 ‘충격요법’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12월 12일 121kg에 찾은 헬스장

마스크를 착용하면 유산소운동 효과가 배가된다며 헬스장 측이 붙여놓은 깜찍 스티커.



‘인생의 계산서가 드디어 날아왔군. 대가를 치러야지.’

12월 8일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하고 10여 년간 다녔던 집 근처 내과 의원을 찾아 건진 결과를 들이밀었다. 말 많기로 유명한 원장(내과전문의)은 “약을 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강력한 다이어트를 해보자. 현재 환자분이 건진 결과에서 나온 질환이나 의심 질환은 살을 확 빼면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라며 무조건적 약 복용 대신 강력한 다이어트를 우선적으로 권했다. 그러면서 “살 빼기에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느냐. 예뻐지기 위한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해라. 3개월 사이에 혈압·당뇨 등 검사수치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으면 약을 복용하자”고 했다.


주치의로부터 내려진 처방은 식이요법과 유산소운동. ‘몸에 들어오는 열량을 줄이고 배출 열량은 늘리라’는 지극히 기계적이고 간단한 지시였다. 알고 보면 살이 찌고 빠지는 메커니즘은 상당히 단순한 산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그 차이 열량만큼 살이 빠진다. 하루 1000kcal를 먹고 2000kcal를 쓰면 1000kcal만큼 빠진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이 간단한 한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힘든 몇 가지 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뭘 먹고 뭘 먹지 않을지는 차차 고민하기로 하고, 우선 먹는 음식의 양을 평소 수준(3000kcal)의 3분의 1(1000kcal)로 줄였다. 더욱 다급한 문제는 10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속에 칼로리를 효율적으로 배출하고 50kg에 달하는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을 태워버릴 강력한 유산소운동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한 달에 약 8.5kg씩 6개월에 50kg을 빼는 ‘기적(?)’을 바라며 내게 맞는 최선의 운동법을 찾아 나섰다.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나? 마침 내가 사는 곳 지하에 대형 헬스장이 12월 1일 문 연 걸 뒤늦게 알았다. 12월 12일 드디어 지하 헬스장을 찾았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아래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지만 헬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마 개장 효과 때문인 것 같았다. 근육운동은 몸무게가 80kg 밑으로 내려간 후 시작하기로 하고 우선 지방을 태워 없애기 위한 유산소운동에 매진키로 했다. 어느 선배는 100kg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몸무게가 아니라 ‘중량’이라 부르고 ‘톤(t)’ 단위를 써야 한다고 놀렸다. 그러니까 내 체중, 아니 내 중량은 0.121t인 셈이었다.

유산소운동의 왕도는 뛰거나 빠르게 걸어 지방을 태워버리는 것. 다행히 헬스장에는 케이블 TV가 달려 있는 최신식 고급 러닝머신이 10여 대 넘게 있었다. 몸무게와 경사도, 속도에 따라 소모 칼로리 양이 정확하게 표기되는 신통방통한 기계다. 러닝머신에 올라서 보니 앞에 쓰인 문구가 재미있다. “마스크 + 유산소 = 심폐지구력 강화” 웃음이 빵 터졌지만 마스크를 쓰고 숨을 헐떡일 생각을 하니 금세 짜증이 몰려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낮은 속도로 뛰기 시작했더니 숨이 차는 건 둘째고 무릎이 ‘아파 죽겠다’고 아우성을 지른다. 0.12t의 무게를 감당 못 하고 만세를 부른 것. 뛰다가 빠르게 걸어도(시속 5.5~6km) 통증은 계속됐다. 걷는 속도를 확 줄이자 성난 무릎의 화는 조금씩 풀렸다.


미친 듯 열량 소모 ‘등산형 걷기’

1시간에 1000kcal 이상을 소모하면서도 무릎 관절이 안 아픈 러닝머신 등산형 걷기. 온 몸이 땀이다.



문제는 시속 4~4.5km 정도, 즉 성인의 평상시 걸음(산책) 속도로는 드라마틱한 유산소운동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걷기(산책)나 달리기, 등산 등으로 소모되는 칼로리의 양은 몸무게와 속도, 경사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같은 시간을 전제로 달리기가 걷기(산책)의 1.84배, 등산은 걷기(산책)보다 2.1배 더 많다. 121kg인 사람이 산책 속도로 100분을 걸으면 805kcal, 등산(경사도 13%)형 걷기는 1694kcal가 소모된다. 달리기는 시속 7~8km로 100분 동안 뛰면 1482kcal가 소모된다. 물론 이는 평균치일 뿐 실제 소모되는 열량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다.

결국 내가 선택한 유산소운동법은 등산형 걷기였다. 빠르게 걷기나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통증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통증이 없으면서도 칼로리 소모가 가장 큰 최적의 유산소운동법은 러닝머신을 이용한 등산형 걷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빠른 속도(시속 5.5~6km)로 평지를 걸을 때 필요한 산소 섭취량은 쉴 때의 4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경사지를 걸어 오를 때(시속 4.5km)는 평소보다 8.8배의 산소를 소모한다. 지방을 많이 태워 없애기 위해선 그만큼의 산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산소운동이란 말 자체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란 뜻이다.

같은 속도를 전제로 등산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체중의 3~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르막에서 체중의 3〜4배, 내리막에선 최대 10배까지도 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등산형 걷기는 걷는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헬스장 러닝머신의 인클라인 기능의 경우 경사도가 낮은 데다 자체 충격 저감 장치가 워낙 잘되어 있어 무릎에 가해지는 부하가 빠르게 걷거나 달릴 때보다 오히려 훨씬 적다. 실제 헬스장 러닝머신을 경사도 20% 한계치에 두고 천천히 걸어봤더니 무릎에 통증이 전혀 없었다. 경사도 20%는 각도로 따지면 약 11도쯤 되지만 절대 만만하게 볼 경사는 아니다.

경사도 20%에서 평균 시속 4km로 걸었더니 채 20분이 지나지 않아 숨이 턱에 차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러닝머신 칼로리 계측기가 5분에 90kcal씩 미친 듯 올라간다. 마스크를 당장 벗어 던지고 싶을 만큼 숨이 차오른다. 60분을 했더니 총소모 열량이 1080kcal가 넘어 있었다. 러닝머신에 올라가기 전과 샤워를 하고 나서의 몸무게 차이가 1~1.5kg 이상이나 난다. 그만큼 많은 양의 땀을 흘린 것이다. 그렇다고 몸 밖으로 배출된 땀이 모두 유산소운동으로 인해 태워진 지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지방 성분은 극히 일부분만 포함돼 있을 뿐 땀의 대부분은 수분과 전해질(소금)로 이뤄져 있다. 땀이 짠 것도 그 때문이다.
운동한 지 50일이 지나자 1시간 동안 운동을 해도 땀이 많이 안 나고 살이 더디게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 강도와 시간을 경사도 20%에 시속 5km로 높여 100분을 했더니 예전의 운동 효과가 돌아왔고 땀도 많이 났다. 소모 열량은 2000kcal를 상회했다.


55일 만에 15kg 감량 후 찾아온 정체기

지난해 12월 12일 잰 몸무게(121kg)와 올해 2월 15일 측정한 몸무게(104kg). 17kg이 빠졌다



강력한 유산소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운동하는 틈틈이, 아니면 끝난 즉시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살을 뺀다고 운동 후 물을 안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당장 다이어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지만 수분 부족으로 인한 이뇨 장애나 두통, 피로, 집중력 장애, 기억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거꾸로 ‘타는 목마름’에 물만 너무 많이 마시면 땀으로 배출된 나트륨(소금) 등 전해질 성분의 부족 현상을 부채질해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만약 많은 양의 땀을 흘린 후라면 물에 소금을 타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수분 보충 음료(이온 음료)에서 짠맛이 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2월 12일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처음 올라선 후 등산형 걷기를 최소 하루 60분(평균 1200kcal 소모), 많은 날은 120분(2000kcal 소모)씩 한 결과, 한 달 만인 1월 11일 시작 때보다 몸무게가 8.5kg이 빠진 112.5kg을 기록했고, 구정 직전인 1월 20일에는 110kg으로 11kg이 빠지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헬스장이 쉬는 구정 연휴 기간에 사달이 났다. 살이 도로 2kg이 불어난 것. 단 3일인데도 잘 먹고 운동하지 않은 결과는 무서웠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등산형 걷기를 한 결과, 2월 5일 시작 대비 15kg이 빠진 106kg에 도달했다. 그런데 그 이후 일주일간 운동은 쉬지 않았지만 점심과 저녁 이어진 회식 때문일까, 몸무게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정체기가 시작된 것이다.

다이어트에 몰두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몸무게는 유산소운동과 식이조절을 아무리 잘해도 우하향 일직선을 그리며 점진적으로 빠지는 게 아니다. 드라마틱하게 툭 떨어졌다가 일정 기간의 정체기를 겪고 또 푹 빠지고 하는 계단 형태의 그래프를 그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정체기가 길어지면서 다이어트를 포기한다.

유산소운동인 등산형 걷기 시작 두 달 만에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체기가 시작된 지 열흘이 흐른 기사 마감 당일 2월 15일의 몸무게는 104kg, 허리둘레는 112cm. 몸무게는 당초 121kg보다 17kg, 허리둘레는 121cm보다 9cm(약 3.5인치)가 줄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살을 뺀 지 두 달도 안 돼 혈압이 정상 상태(118/78mmHg)로 돌아왔다는 사실. 혈액검사를 받아보면 지방간과 공복혈당 수치도 많이 개선됐을 터이다. 목표 감량치 50kg 중 3분의 1을 달성한 셈이다. 앞으로 4개월간 매달 8.25kg씩 모두 33kg을 더 빼야 한다.

과연 다음 기사 마감 날인 3월 15일엔 얼마가 빠져 있을까. 0.1t의 벽을 깨고 두 자릿수 몸무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내게 맞는 유산소운동 고르는 법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면 다음 호 기사에는 그간 내가 선택한 다이어트 식이요법에 대해 주로 얘기할까 한다. 뭘 먹고 뭘 먹지 않았는지, 야식의 유혹을 어떻게 차단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 기사는 여성동아 2023년 3월 711호에 실렸습니다]



사진 홍중식 기자 게티이미지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