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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충격파… AI가 검색-업무 SW-가전시장까지 재편

입력 | 2023-02-06 03:00:00

등장 두달만에 月사용 1억명 돌풍
AI기술, 일상속 ‘게임 체인저’ 전망
기업들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
게이츠 “AI, 인터넷 등장만큼 중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개인용컴퓨터나 인터넷의 첫 등장만큼 중요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를 통해 “AI는 올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논의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챗GPT가 던진 충격파가 확산되면서 AI가 전 세계 산업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선보이며 두 달 만에 월 실사용자 수 1억 명을 넘어선 챗GPT에 대해 “지난 20년간 인터넷 공간에서 이보다 더 빠른 성장은 없었다”(투자은행 UBS)란 평가가 나왔다. 먼 미래로 느껴졌던 AI 기술이 일상 속에 스며들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 검색과 업무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AI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美 빅테크의 진격… AI가 뒤집는 질서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이 ‘클로드’라는 새로운 AI 챗봇을 개발 중인 앤스로픽에 3억∼4억 달러(약 3750억∼5000억 원)를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앤스로픽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창업 멤버 중 일부가 설립한 기업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AI 여행을 시작하고 있고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MS와 협력하고 있는 오픈AI나 챗GPT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AI 기술, 서비스 경쟁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예고 발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에 앞서 오픈AI와 손잡은 MS는 대형 언어 모델(LLM) ‘GPT-3.5’보다 운영 비용을 낮추고 반응 속도를 높인 GPT-4가 출시되면 검색 엔진 ‘빙’에 이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GPT-3.5는 오픈AI가 1750억 개의 매개 변수를 활용해 학습시킨 것으로, 챗GPT 역시 이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오픈AI가 2018년 6월 처음 공개한 ‘GPT-1’(1억1700만 개)보다 학습한 매개 변수가 1500배 늘어나며 인간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정도로 기술이 고도화한 것이다.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 8.9%에 불과한 빙이 챗GPT와 결합해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검색 시장 외에 업무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AI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일반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첨단 AI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있다.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해 3일 공개한 협업용 소프트웨어 ‘팀즈’의 고급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새로 출시하는 팀즈는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주고 영상 녹화본에서 중요한 내용을 표시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기능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각 회의 참석자의 언어에 맞춰 AI가 실시간으로 회의 내용을 자동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갖췄다. 기존 AI 기술로는 상용화가 어려웠던 이런 기능들은 오픈AI가 GPT-3.5를 적용하면서 구현이 가능해졌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챗GPT는 이미 전 세계에 혼돈(Chaos)을 일으키고 있다”며 “과거 세상을 뒤집어놓은 아이폰 출시와 비교되는 기술”이라고 짚었다. MS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인 엑셀·파워포인트·워드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에도 생성 A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구글 역시 AI 기반으로 개발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몇 개월 안에 내놓으며 맞불을 놓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경쟁이 국내 검색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MS가 새로운 AI 검색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면 당장 네이버나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등도 AI로 승부수


AI는 생활가전 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국내 대표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종 가전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연결과 함께 AI를 접목시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1년 로봇과 AI에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은 지난해 말 ‘삼성 AI 포럼’에서 “AI는 첨단 기술과 미래 산업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기술”이라며 “연결성 관련 기술이 적용된 AI가 ‘캄 테크(Calm Technology)’를 이끌어 우리 삶의 편의성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구광모 ㈜LG 대표의 신성장동력 ‘A-B-C’(AI-바이오-클린테크) 중 AI를 가장 앞세워 육성하고 있다. LG는 2026년까지 AI·데이터 분야에 3조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AI, 6세대(6G)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