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25일 오전 제주공항 국내선 탑승장이 귀경객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2023.1.25/뉴스1
설 연휴에 가족 5명과 제주를 찾았던 박모 씨(38)는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발권 데스크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숨을 쉬었다. 강풍과 폭설 여파로 24일 김포행 항공권이 취소됐는데, 운항이 재개된 25일에도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회사에는 사정을 얘기하고 25일 연차를 냈다. 일이 밀려 있는데 내일 또 휴가를 내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공항 이틀째 ‘북새통’
전날 출발편과 도착편이 모두 결항됐던 제주공항에는 이날 새벽 서너 시부터 비행기표를 구하려는 이들이 몰렸다.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전날 발이 묶인 약 4만 3000여명 중 상당수가 몰리면서 3층 항공사 카운터에는 오전부터 100m 이상의 줄이 생겼다. 전날 아예 공항에서 밤을 샌 이들도 128명이었다.제주국제공항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25일 오전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대기표를 구하려는 승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2023.1.25/뉴스1
●올 겨울 최강 한파···서울 체감기온 영하 29도
설 연휴 후 첫 출근일인 25일 전국에는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왔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9.9도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강원 철원은 최저기온이 영하 28.1도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바람이 불면서 체감기온은 더 떨어져 강원 양양 서면은 새벽 한때 체감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영하 43.3도까지 떨어졌다. 서울 체감 기온도 중구 영하 29.0도, 마포구 영하 25.9도까지 떨어졌다.
경북 지역 곳곳은 기상 관측이래 가장 낮은 1월 기온을 나타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상주시(영하 16.8도), 경주시(영하 13.9도), 영덕군(영하 14.3도) 청송군(영하 19.5도)은 1월 기온으로는 관측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경신했다. 강원도 고성 등에선 바닷물이 얼어 얼음기둥이 관측됐다.
한파에 일을 포기한 배달업 종사자도 적지 않았다. 우모 씨(41)는 24일 저녁 서울 구로구까지 배달을 나갔지만 배달건수가 평소의 4분의1로 줄고, 추위에 오토바이를 몰기가 어려워지자 중간에 일을 접었다. 우 씨는 “자택이 있는 강서구까지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인근 모텔에서 하룻밤을 잤다”고 했다. 한파에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아 긴급 견인 서비스를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폭설 피해도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경북 울릉군에 76.5cm의 눈이 내렸다. 현지소방 관계자는 “25일 오전 3시 반 울릉군 저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상가 등 3곳이 전소됐다”며 “폭설로 소방차량의 진입이 어려워 의용소방대가 직접 호스를 들고 현장에 진입해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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