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프로농구 DB 감독 대행. 원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로구단 감독 자리를 맡는 일은 ‘독이 든 성배’를 받는 일에 자주 비교된다.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성적이 나지 않으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감독에게 쏠린다. 이상범 감독(54)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감독대행을 맡게 된 DB의 ‘레전드’ 출신 김주성(44)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발표 후) 주변에서 축하 인사 반, 걱정 반 연락이 왔다. 저도 이름 가지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대행을 맡게) 됐는데 피할 수는 없다. 부딪혀가며 열심히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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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행은 데뷔전이었던 7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연장 끝에 94-90 승리를 따냈다. 당시 1쿼터 5분 23초 첫 작전시간을 불렀을 때부터 이미 목이 쉬어있던 그는 “원래 경기가 진행될 때는 소리를 안 질러도 되는데 선수들에게 뭐라도 더 전달하려다 보니 목이 쉬어버렸다”면서 “이제 선수들이 뛸 때는 목을 좀 아껴야겠다”며 머쓱 해했다.
7일 현대모비스전에서 팀을 지휘하는 김주성 DB 감독 대행. KBL 제공
DB는 김종규(32·207cm), 강상재(29·200cm)와 외국인 선수 드완 에르난데스(27·206cm)의 트리플 포스트를 앞세워 전반까지 15점 차 앞섰지만, 후반 승부처마다 외곽포를 내줬고 4쿼터 종료 2분 47초를 남기고는 동점을 허락했다. 연장전 종료 5초 전 DB가 자유투 2개를 성공해 4점 차로 달아나기 전까지 마지막 8분가량은 슛 하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선수 때도 몇 번 못해봤던 경기였다”고 했지만 김 대행은 살얼음을 걷는 경기에도 초보답지 않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쌓아놓은 게 없으니 흔들릴 것도 없었다”던 그는 “공격 패턴은 많이 못 맞춰봐서 단순한 공략 위주로 했는데 선수들이 길을 잘 찾아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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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 수비에 성공하며 김 대행에게 데뷔전 승리를 안긴 선수들은 생방송 인터뷰 중이던 그에게 축하 물세례를 퍼부었다. “다음 경기도 있는데 더 부담을 주는구나 싶었다”며 웃은 그는 “그래도 제가 더 부담감을 안고 임해야하는 게 맞다. 저만 정신 차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생방송 인터뷰 중 축하 물 세례를 받은 김주성 DB 감독대행(가운데). KBL 제공
김 대행은 이날 경기에서 효율적인 트리플 포스트 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종규-강상재-에르난데스가 코트에서 함께 뛸 때 득점마진은 +34였다. 김 대행은 “김종규, 강상재를 함께 쓰며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두 선수 모두 슈팅력이 있어 공격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대행으로 첫 경기를 치르기 전 선수들에게 “실수에는 서로 관대하게 넘어가되 코트에서는 투지있게 하자”고 했다는 그는 “남은 시즌 선수들과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내 말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늘 공부하며 귀를 열어둘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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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98학번인 김 대행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전신인 TG삼보 유니폼을 입었다. 2017~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지도자 생활 역시 전부 DB에서만 보냈다.
원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