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친환경’ 외치는 할리우드 스타들, 사실은 기후 위기 주범?

입력 | 2022-12-28 03:00:00


유명인의 전용기가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시스

할리우드 개념 스타들을 지칭하는 말 중에 에코브리티(eco+celebrity)라는 단어가 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유명인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나치게 잦은 전용기 탑승으로 에코브리티 이미지에 빛이 바랬다. 그 뒤엔 유명 인사의 자가용 비행기 사용을 추적해 자료를 공개하는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Celebrity Jets)’가 있었다.

셀러브리티 제트는 개인·상업 항공기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미국연방항공국 누리집 ‘ADS-B Exchange’에서 유명인 전용기 코드를 통해 비행 거리·경로·시간을 수집한 뒤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공유해왔다. 그런데 셀러브리티 제트 계정의 팔로어가 점점 증가하면서 택시를 타듯 전용기를 이용하며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셀럽들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졌다.

2022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뉴시스 AP

실제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해당 계정에 게시된 글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약 8293톤. 7월 29일 영국 지속가능성 마케팅 회사 야드(Yard)가 셀러브리티 제트의 자료 1500개를 바탕으로 발표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용기 탄소 배출량(2022년 1월 1일∼7월 19일)이다. 그는 대략 7개월 동안 총 170회 전용기를 띄웠다. 야드는 “보통 사람 1명이 1년간 평균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인 7톤보다 1184배 많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2020년 한 인터뷰서 기후 위기 문제를 언급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비판을 의식한 스위프트는 11월 28일 탑승 기록을 숨기려 시도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건 스위프트뿐만이 아니다. 그 뒤론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7076톤), 래퍼 제이 지(6981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4465톤), 모델 킴 카다시안(4268톤) 등이 따랐다. 과하게 짧은 비행도 빈번했다. 메이웨더는 10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16분, 모델 카일리 제너는 17분 비행했다. 그들이 꼬집는 점은 스필버그, 윈프리 등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활동한 바 있다는 것이다.

개인·상업 항공기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미국연방항공국 ‘ADS-B’의 화면과 최근 정지된 ‘셀러브리티 제트’ 트위터 계정(왼쪽부터). 각 사이트 화면 캡처

12월 14일 트위터는 이처럼 유명인의 전용기 탄소 배출 기록을 추적해 공유하는 계정들을 일괄 정지시켰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의 일이다. 머스크의 전용기를 추적하던 계정 ‘일론 제트(ElonJet)’를 포함, 다른 전용기 추적 계정들도 함께 정지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약속에 따라 전용기 추적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셀러브리티 제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들은 2022년 상반기에만 개인 전용기로 평균 3377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1인 연간 탄소 배출량의 482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다.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 온 스타들이 알고보면 지구 온난화를 부추겨왔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