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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남성 고민 개선하재” 방치하면 더 큰 병[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입력 | 2022-12-11 09:30:00

제2의 전성기 맞은 57세 ‘농구 대통령’
노화 과정 전립선 비대증 개선제 CF
일교차 심한 겨울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식단 관리, 운동 필수




전립선 비대증 개선제 CF에 등장한 ‘농구 대통령’ 허재. 선수와 감독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그는 최근 신생 프로농구단 캐롯 대표로 일하며 왕성한 방송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약품 제공

‘농구대통령’ 허재(57)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프로농구 신생구단 캐롯 대표를 맡아 팀을 이끌고 있으며 왕성한 방송 활동도 펼치고 있다. 두 아들 허웅(KCC)와 허훈(국군체육부대)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간판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허웅이 올 시즌 새롭게 이적한 KCC의 안방인 전주실내체육관에는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다.

‘농구 대통령’ 허재(57)는 신생 프로농구단 캐롯 대표로 팀을 이끄는 한편 활발한 방송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최근 전립선 비대증 개선제 TV CF에도 등장한 허재. 현대약품 제공

선수와 감독 시절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허재는 한 전립선 치료제 CF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주변 지인들 가운데 배뇨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졌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립선 비대증이 생기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거나 심한 경우 요실금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출처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50대 이상이 되면 남성에게만 있는 신체기관인 전립선에 이상을 겪기 마련이다. 발생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립선 비대에 의한 배뇨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노화 과정이라고 하는 이유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장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래 호두알 크기 정도인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의 3㎝ 정도를 감싸고 있는데 40대 부터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생기는 배뇨장애인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60대의 약 40%, 70대에는 약 50% 정도 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면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진다. 평소 배뇨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의 골반 근육과 전립선 부위 근육이 긴장하고 이완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 가을 겨울철에는 땀으로 수분을 많이 배출하기가 힘들게 돼 소변량 증가로 쉽게 방광에 소변이 찰 수 있다.

< 국제전립선 증상 점수표(IPSS) > 출처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IPSS로 불리는 국제전립선 증상 점수표를 통해 20점 이상인 경우에는 심각, 35점 이상은 매우 심각한 정도로 판단하며 12점 이상이면 의사와 상의가 필요한 상태로 보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증상이 경미하면 좌욕이나 배뇨습관 개선, 수분 섭취량 조절, 식사 요법 등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경과를 관찰한다.


최태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위험인자를 미리 파악하여 예방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을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최태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해져서 치료가 필요할 경우는 일차적으로 약물치료가 권장된다. 최근에는 좋은 약제들이 많아서 과거보다는 수술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다”면서 “약물치료를 하는데도 계속적으로 요로 감염이나 혈뉴, 요폐(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혈중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로 전립선암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전립선암은 미국에서 남성암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남성 7명 가운데 1명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 위험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국가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암의 12.5%(인구 10만 명 당 65.6명)로 1989년 1.2%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연간 6.7% 가량 증가하는 추세로 연령별로 50대 이후에 급증하며 60~80대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전립선암 가운데 10% 가량은 유전적 요인이 관련된다. 아버지나 형제 가운데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위험도가 2.5~3배 높아진다.

최태수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다면 질환이 진행되거나 위험성이 높다. PSA검사, 직장수지검사나 경직장 전립선초음파 등을 통한 진단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8강까지 오른 명장 루이 판할 감독(71)은 전립선암으로 투병중이다. AP 뉴시스

전립선암을 극복하고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정상에 처음 오른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가운데). AP 뉴시스




● 판할 감독, 베이커 감독 전립선암 극복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명의 사령탑 가운데 최고령인 네덜란드 대표팀 루이 판할 감독(71)은 지난 4월 전립선암으로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방사선 치료를 25번 받았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암판정을 받은 판할 감독은 월드컵 예선 기간 대표팀에 자신의 병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아 심야에 병원을 가기도 했다.

판할 감독의 투병을 계기로 똘똘 뭉친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8강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10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준준결승에서 0-2로 뒤지던 경기를 막판 2-2 동점까지 만들었으나 승부차기 끝에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73)도 52세 때인 2001년 건강검진에서 혈중 PSA 수치가 높게 나와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암 판정으로 전립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도 전립선암에 걸렸던 베이커 감독은 20년 넘게 6개월 마다 병원을 찾아 체크를 하고 있다. 베이커 감독은 경미한 뇌졸중을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만 고쳐도 전립선 비대에 따른 증상은 조절한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저녁에는 음료수를 줄이고 잠자기 한, 두 시간 전에는 어떤 것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카페인이나 술은 소변을 잘 생기게 하므로 방광을 예민하게 할 수 있어 줄여야 한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고 있다가 보게 되면 방광 근육이 늘어나 증상에 나빠질 수 있어 마려우면 바로 보아야 한다. 자주 일어나 걷고 다리 스트레칭 등을 하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항암작용을 해 전립선암 발병 확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토마토, 마늘 가깝게, 술 카페인 멀리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채소나 과일을 1주일에 5회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토마토와 콩, 마늘은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베이커 감독은 아침은 주로 오트밀을 먹고 있다. 김용석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독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평소에 호박씨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전립선 비대를 호소하는 환자가 적었다”고 전했다. 굴에 들어있는 인과 아연은 이뇨와 소염 작용이 뛰어나 전립선 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고광진 교수는 “양성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끄러워 쉬쉬하다가 병원을 늦게 찾으면 방광 및 신장 기능저하, 요로 손상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할 감독과 베이커 감독도 모두 조기 검진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병마를 극복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의 뒤를 이어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두 아들 허웅(왼쪽)과 허훈. 사진 출처 정책브리핑

소문난 낚시광인 허재는 주당으로도 유명했다. 상대 수비 선수는 그의 입에서 뿜어대는 술 냄새 때문에 제대로 막지를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 그만큼 많이 마신다는 의미. 요즘은 방송 전날에는 술잔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그는 술 담배를 줄이고 식사 때 건강 식단을 챙기고 있다.

KCC 감독 시절이던 40대 중반에 그는 입원 경험이 있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발견된 용종의 크기가 커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 누워 있어보기는 태어날 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48시간 동안 물 한 잔도 들이켤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입원을 계기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정기검진 날짜만큼은 꼭 지키게 됐다고 한다.

허재는 선수, 감독 시절 타이밍을 강조했다. 점수차를 벌려야 할 때 오히려 추격을 허용한다면 승부가 어려워진다. 지도자로서 제때 타임아웃을 불러 전술 변화를 가져오거나 적시에 선수 교체를 못한다면 경기 흐름이 나빠져 쓰라린 패배를 떠안을 수도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미리 준비해야 근심이 없어진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큰 눈물 흘릴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