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값의 비밀’ 재발간한 미술계 스피커, 양정무
“미술은 작가의 고뇌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가 아니다. 아트딜러, 컬렉터, 작가가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있다. 미술이 자본과 어떻게 매개되어갔는지를 알면 성숙한 미술시장과 자본주의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의 책 ‘그림값의 비밀’(창비)이 18일 다시 나온 이유다. 28일 전화로 만난 양 교수는 2013년 처음 출간 때를 회상하며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책은 최신 데이터를 추가하고 ‘미술 투자를 위한 Q&A 섹션’ 등을 넣어 새로이 내놨다.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며 미술 투자에 대한 변치 않는 사실들을 짚어나간다.
양정무 교수,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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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아트딜러다. 양 교수는 이들을 “제2의 창작자”라고 칭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미술시장에 대입해보면 현실은 막막하다. 양 교수는 “지금 한국의 1차 시장, 즉 작가를 발굴하는 화랑은 전체 화랑 중 10%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중고품을 거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태를 보여준 단적인 장면이 올 9월 동시 개최한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라고 했다. “프리즈는 취향을 팔았죠. 확실히 화랑별로 색이 뚜렷했어요. 그런데 키아프는요? 대동소이했습니다.”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프리즈 서울’ 전경, 프리즈 서울 제공
최근 미술계의 우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이달 ‘2022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내놓으며 “초현대작가군(1975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이 경매에 바로 유입되어 블루칩으로 등극할 때까지의 시간이 단축됐다”고 했다. 이에 양 교수는 “작가에 대한 평가는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10~20년 이후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장 친화적이면 시장 맞춤형 작품 그 이상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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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