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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인자 리창, 시진핑 강경책 제어할까…“충성파지만 친기업 실용주의자”

입력 | 2022-11-03 16:56:00


“그는 전형적인 중국 정치인이 아니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창(63) 공산당 상무위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책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 위원은 지난달 23일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 주석 다음으로 등장하며 권력 서열 2위에 등극했음을 알렸다.

WSJ는 리 위원이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충성파 인사이면서도, 중국 내에서 친기업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그가 총리직에 오른 이후 어느 성향이 더 두드러지는지에 있다.

◇정치보다는 실리 중시하던 인물…비교적 자유주의 성향

WSJ에 따르면 리 위원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비교적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 위원과 대화해본 사람들은 그가 정치 얘기보다는 상업적인 거래와 협상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고위 관리 10여명을 만나 봤다는 한 국제 투자회사의 고위 임원은 2017년 리 위원과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당시 대부분의 중국 고위 관리들은 시 주석의 말을 인용하며 대화를 시작했지만, 리 위원은 정치적인 얘기를 끊고 사업 문제 논의부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리 위원은 상하이 당서기로 재직할 당시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 등 기술계 거물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마윈은 2016년 저서에서 리창 (당시) 서기를 가장 좋아하는 대화 상대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시 주석이 거대 기술기업을 단속할 때 리 위원은 일부 사안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리 위원을 총리로 내정한 것도 시 주석이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장려하는 것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6년부터 리 위원을 여러 번 만났다는 미국인 컨설턴트 로버트 쿤은 WSJ 인터뷰에서 “리 위원은 핵심 요소가 경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효율적이고 경쟁적인 시스템을 촉진하고, 기업인들의 일을 더 쉽게 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공유했었다”고 말했다.

◇한때 ‘제로 코로나’ 아닌 ‘위드 코로나’ 고려했었다

코로나19가 상하이를 덮쳤을 때, 당서기였던 리 위원은 시 주석이 주장하는 무관용 방역 정책, 즉 ‘제로 코로나’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발병 초기 그는 상하이 시내를 가능한 한 개방하고,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표적 봉쇄를 시도했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리 위원이 당시 의학 전문가와 과학자, 국제 기업들과 상담하며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중국 최고 지도부가 더 엄격한 접근법을 취하기로 결정하자, 리 위원은 즉시 제로 코로나로 노선을 틀었다.

경제가 마비되는 중에도 리 위원은 테슬라를 포함한 상하이 관내 기업 공장들을 대상으로 폐쇄 루프 시스템을 도입해 혹독한 봉쇄 기간 동안 조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리 위원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중국산 백신만 고수할 게 아니라 외국에서 널리 접종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mRNA 백신이 본토에서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기도 했다. 바이오엔테크는 2020년 12월 상하이포순제약그룹과 협력해 2021년 중국에 1억회분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아직도 기업가들과 친해…지도부와 중재자 역할 가능

리 위원은 상하이 당서기 시설 친분이 있었던 기업가들과 아직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는 정부와 협상할 때 리 위원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식통은 리 위원이 올해 초 중앙정부를 상대로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은 경기 침체와 씨름하면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당시에도 다소 파격적인 개혁 행보를 보였다. 인터넷 관련 콘퍼런스를 주최하면서 이 지역을 ‘인터넷 개방 시범 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만리 방화벽’이라고 불리는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 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사례로 봤을 때 리창 위원이 시진핑 3기의 강경 기조를 어느 정도 유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WSJ는 리 위원이 시 주석과 친밀한 관계인 점을 언급하면서 “시 주석에게 외면당한 리커창 총리보다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리창에 대한 시 주석의 신뢰는 시 주석이 국가 안보와 이념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그에게 위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