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강 달러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과 유럽 에너지 위기의 영향이 금융위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버냉키 전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금융시장은 14년 전 ‘끔찍한 곤경’을 겪고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 밖에서 금융위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고 밝혔다.
● 버냉키 “전쟁 등 외부요인이 금융 압박”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세계경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실물 시장 침체로 확산됐다면 현재는 전쟁, 팬데믹, 강 달러 등과 같은 외부 요소들이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러시아의 가스 차단, 강 달러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이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이 문제의 시작점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제가 금융 여건을 악화한다면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정말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주변의 반대에도 금융위기를 지속적으로 연구했다는 그는 공교롭게도 연준 의장이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자기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다.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 JP모건 CEO “6~9개월 내 심각한 침체 올 것”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6~9개월 내에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높은 물가상승률, 큰 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심각한 요인”이라며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현 수준에서 20% 가량 하락할 수도 있다며 “신용시장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국가,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더 큰 타격과 패닉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가 부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며 “금리와 환율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악화되고 있는 금융 취약성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