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급 권고, 현장선 잘 안지켜 생활지원금 ‘중위소득 100%’ 축소 “숨은 감염자 확산… 재유행 우려”
“회사에서 무급휴가로 처리하라는데 별 수 있나요. 격리자 동선 파악도 안 한다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 확진 사실을 숨기고 차라리 그냥 출근할 걸 그랬어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34)는 지난달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격리 기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회사에선 사규상 무급인 ‘병가’로 처리했다. 코로나19 생활지원금(1인 가구 기준 10만 원)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11일 이후 지원금 대상이 확진자 전체에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로 변경된 탓이다.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생활지원금 지급 기준이 저소득층 위주로 바뀌고, 중소기업 상당수가 확진 시 무급휴가만 주면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회사에 나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확진 시 격리는 의무지만 더 이상 격리자 동선을 파악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줄어든 수입을 보전받지 못하자 출근을 강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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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확진자는 원하는 날에 연차를 쓰고 싶다며 격리 대신 출근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주용 씨(31)도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마스크를 쓴 채 회사에 계속 출근했다. 김 씨는 “최근 확진된 직원을 보니 회사 눈치를 보면서 격리한 날만큼 본인 연차를 소진하더라”라며 “증상도 없는데 연차를 쓰느니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꼭 금전 지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생필품이나 의약품 등을 지원해 확진자 스스로 격리를 해야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숨은 감염자들로 인한 재유행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