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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 3년 만에 ‘180도 전환’…파장 어디까지 가나

입력 | 2022-07-13 13:36:00

지난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 하는 모습. 2022.7.12 통일부 제공


지난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3년 만에 180도 바뀐 정부의 입장은 이번 사건이 전 정부에 대한 사정, 즉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 개시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낳게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이 승선한 배를 정부가 나포한 지 닷새 만에 어민 2명과 배를 모두 북으로 돌려보낸 사건을 말한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북한에 체류할 때 16명이 살해된 선상(船上) 살인의 가해자로, 귀순을 받아들일 시 우리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동심문, 조사·추방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탈북 어민들이 심문 내내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점,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과 ‘헌법상 우리 국민’의 귀순 의사가 무시됐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사건 당시 통일부는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행각을 벌인 후 도주한 이들에 대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나 국제법상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었다. 귀순 의사에도 진정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탈북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점과 북북한으로 넘겼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여러 피해 등을 이유로 “(통일부는)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며 3년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튿날인 12일 통일부는 당시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거부하는 탈북 어민을 강제로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인계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언론에 공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 변화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강인선 대변인을 통해 “이들이 강제 북송됐다면 반인륜적 범죄”라며 “진실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라는 추가 입장을 냈다. 사실상 이번 사건에 대해 총체적인 재조사를 공식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입장에 따라 이미 국정원에 의해 고발된 서훈 전 원장 사건에 대한 수사와 별도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과정의 ‘실책’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 및 감사 등이 진행될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가능할지 여부 등 여전한 쟁점으로 인해 ‘최종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전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지난 정부의 성과에 대한 재평가 시도 등 정치적 논란은 계속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동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자칫 이번 사건을 과도하게 수사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경우 남북관계에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 입장 변경은 새로운 증거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해석에 따른 것”이라면서 “(정권마다 바뀌는) 기관이라면 무슨 정책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자신들을 향한 적대시 정책의 심화·강화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남북관계 개선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