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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지옥 같아서”…‘절벽추락’ 치매 노모 숨지게 한 40대 징역 10년 구형

입력 | 2022-06-20 16:45:00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해안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독자 제공) 2022.3.23/뉴스1


제주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 혼자만 살아 남은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8)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현재 A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에서 어머니인 80대 B씨를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하다 11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돌진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 차량을 타고 범행 현장을 한 차례 사전답사한 뒤 유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에는 채권자에게 시달릴 정도로 어려운 경제적 사정과 치매 환자인 어머니 B씨를 돌보던 아내와의 불화 등으로 어머니 B씨와 동반자살을 결심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는 게 지옥 같았다”고도 했다.

이후 A씨는 어머니 B씨에게 “형님네 집에 가자”며 이튿날 오전 1시쯤 제주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나왔고, 범행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잠시 머물다가 급가속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동반자살을 계획했으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추락사고로 죽음을 맞은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유서에 어머니 B씨에 대한 연민과 동반자살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존속살해 범행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인은 또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 간 일상적인 소통이 이뤄졌던 점을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이고 살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고인 역시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크게 다친 점, 피고인의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 역시 최후 진술에서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았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고는 7월21일 오전 10시5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