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중생에 태블릿PC 무상제공… 보급 늘면서 ‘온라인 왕따’도 급증 급우 비밀번호 알아내 망신 주고, 담임 차단 ‘방’ 만들어 집단 욕설 2년전엔 초등 6년생 극단적 선택… “부모, IT 잘 몰라 가정교육 한계”
일본 센다이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AP/뉴시스
○ 노골화하는 태블릿 이지메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개인용 스마트폰, PC 등을 활용한 왕따, 놀림 사례는 2014년 7898건에서 2020년 1만8870건으로 6년 새 2.5배 가까이로 늘었다.
태블릿PC 등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친구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몰래 접속한 학생이 수업용 워크시트에 대변 그림을 그렸다. 오사카의 한 중학교에서는 같은 반 학생 3명이 담임선생님이 볼 수 없도록 문서 공유 프로그램을 설정한 뒤 다른 학생들에 대한 욕설을 썼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도중 프로그램 안에서 같은 반 급우를 강제로 쫓아내거나 온라인 메시지로 ‘바보’ ‘죽어라’ 같은 폭언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간사이 지역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욕설이 적힌 종이를 증거로 혼내면 됐지만 태블릿PC 폭언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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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증하는 ‘스마트폰 왕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통제 방식을 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 1인에게 태블릿PC 1대를 빠르게 보급했고 단계적으로 교과서도 태블릿PC 등으로 대체하는 상황이어서 스마트 기기 사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온라인 왕따·놀림’이 확산되면서 일본 학교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구 한 초등학교는 올 4월 신학기를 맞아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면서 ‘보안을 위해 반드시 학생이 아닌 부모 지문(指紋)을 등록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전달했다. 이 학교는 “최근 다른 학교에서 태블릿PC를 통한 불상사가 발생한 데다 일부 학생은 온라인에서 문제되는 행동을 한다”며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부모가 직접 통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쿄 시나가와구에서는 경찰이 관내 초등학교를 방문해 모든 학생과 희망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법, 온라인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 등을 강의했다. 시나가와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 대부분은 스마트기기가 없던 때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어떻게 올바로 쓰는지 배워본 적이 없다. 가정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