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39〉잃어버린 궁궐 주련을 찾아서
영화 ‘덕혜옹주’에서 노년이 돼 귀국한 덕혜옹주(오른쪽)가 추억이 어린 궁궐을 찾아 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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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감독의 영화 ‘경복궁의 여인들’(1971년)은 고종의 사랑을 엄 상궁에게 빼앗긴 민비의 질투를 그렸다. 민비 쪽 궁녀가 고종과 엄 상궁의 밀회를 염탐할 때 민비의 처지처럼 외로이 걸린 주련 한 짝이 화면을 스쳐 지나간다. 주련(柱聯)은 한시 구절을 새기거나 써서 전통 건축물 기둥에 걸어 놓은 장식물로, 두 구절이 한 짝을 이룬다.
화창한 어느 봄날 학생들과 경복궁을 답사했다. 왕의 후궁이 살던 흥복전 권역의 함화당(咸和堂·咸和는 서경 무일(無逸)편에서 따온 말로 모두 화합한다는 의미)엔 유달리 주련이 많이 걸려 있다. 고종 때 지어져 일제의 경복궁 훼손 시도도 버텨낸 이곳의 주련 중엔 짝이 없는 경우가 눈에 띈다. 현재 함화당에는 전면부터 후면까지 중국 시인들의 시구를 적은 주련 18개가 이어져 있다. 이 중 짝을 잃은 채 걸려 있는 두 번째와 마지막 주련을 사라진 내용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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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