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남도 여행] 신안군 ‘섬티아고’서 힐링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야 하는 길이 있다. 순례길이 그렇다. 그래야 비로소 느끼고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다. 사람들이 ‘섬티아고’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어 ‘순례자의 섬’이라고도 한다. 섬의 천국인 전남 신안군의 기점·소악도다. 기점·소악도는 소기점도와 대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다섯 개의 작은 섬이 노두길로 연결된 섬을 일컫는다. 그곳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12개의 예배당 건축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순례길이 생겨났다. 고즈넉한 순례길을 걷다보면 삶을 되돌아보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다.
기점·소악도에 세워진 12개의 예배당은 국내외 10명의 작가들이 만든 공공미술 작품으로 다섯 개의 섬 곳곳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하고 있다. 모든 예배당이 10m²(약 3평) 규모지만 내부는 혼자 들어가면 딱 알맞을 정도다. 12사도의 이름을 붙이고 예배당이라 부르지만 교회만의 것이 아니다.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들어가 잠시 쉬면서 고요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이다.
대기점도 방파제 끝에 자리한 첫 번째 예배당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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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원형을 이룬 ‘요한의 집’(생명 평화의 집)은 위아래로 난 긴 바람 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소기점도로 가는 노두길 입구 언덕에 있는 ‘필립의 집’(행복의 집)은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 형태를 띠고 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 집)은 호수 위에 건축물이 떠 있다. 색유리와 스틸이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모습을 띤다.
흰 사각형 건축물에 황금빛 양파지붕을 한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 신안군 제공
열두 번째 마지막 예배당 ‘가롯 유다의 집’(지혜의 집)은 딴섬에 자리하고 있다.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붉은 기와,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예배당 옆에 설치된 종을 치면서 순례의 마지막을 알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