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비상]탈북 의료전문가가 본 北코로나 상황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북에 있는 언니를 또 볼 수 있을지….”
김지은 ‘더 웰샘 한방병원’ 원장은 2002년 입국한 탈북민이다. 북한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다 한국에 와서 다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원장이 한국에 온 지 20년이 흘렀지만 북한 의료 체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꾸준히 현지 소식까지 들어왔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지금 북한 주민들 현실이 얼마나 참혹할진 누구보다 눈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북에 두고 온 언니부터 걱정하는 자신을 가리켜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거듭 혼잣말을 했다.
김 원장은 1990년대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고난의 행군’ 시기 때 이미 북한 의료 체계가 크게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후 의료 국영주의 기조는 유지됐지만 결정적으로 바뀐 건 실제 의료 현실. 김 원장은 “무능력한 국가에 대한 주민들 불신이 커져 실제 의료 현장 중심은 장마당으로 옮겨 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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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또 “평양은 그나마 중국에서 의료 물자를 받아 버틸지 모르겠지만 지방은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 역시 “코로나 전에도 북한 농촌 진료소에선 바늘을 재사용하는 등 상황이 처참했다”며 “과학적 진단과 처방 모두 안 되는 북한에 코로나는 결정타”라고 한숨지었다.
아픈 사람도 문제지만 보릿고개로 불리는 춘궁기와 겹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더 큰 문제다. 김 원장은 “북한 주민들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퍼진 상황은 쭉 보고 듣고 했다”며 “그나마 코로나가 안 퍼져서 먹고살기 힘든 상황을 참고 견뎌 온 주민들이지만 코로나 공포까지 곁에 훅 다가오면 어디로 폭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 연구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1호 상비약’까지 내놓겠다는 건 민심을 다독이려는 그야말로 쇼”라며 “그래도 주민들 불만을 잠재우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