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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면서도 스펙 쌓기-재테크 등 끊임없이 자기경영 해야”[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 2022-04-30 03:00:00

[이런 인생 2막]퇴직 앞둔 포스코맨 박성하 씨의 조언
재직중 학위 따고 유학생활 경험… 대출-전세 끼고 부동산 장기투자
30년만에 30~40배 올라 노후 든든… ‘딴짓’ 많이 해봐야 나중에 후회없어
안전교육-창업 노하우 전수 등 퇴직후엔 의미있는 일 하고 싶어



퇴직 후 활동 거점이 될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저서 ‘직장인 자기경영 프로젝트’를 들고 있는 박성하 씨. 왼쪽위 작은 사진은 1992년 포스코센터 건립추진본부 근무 시절의 박 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박성하 씨 제공


5월 말 퇴직을 앞둔 박성하 씨(57)는 요즘 부쩍 심란하다. 올해 초부터 석 달가량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했다. 자주 신경질적이 되고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책이나 신문도 차분히 읽기 힘들 정도다.
○ 스스로 정한 퇴직, 슬금슬금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
퇴직은 온전히 자신의 결정이었다. 32년간 한 회사에 다녔고 지난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지금은 퇴직 전 1년의 휴가를 쓰는 중이다. 그는 이 기간 책(‘직장인 자기경영 프로젝트’·바이북스)을 한 권 썼다.

“경제적으로 준비돼 있고 퇴직 후 일거리들도 장만해 놨는데, 이런 심리 상태는 뜻밖이었습니다. 마치 긴 시간을 함께한 가족이나 친구와 헤어지는 느낌이랄까.”

사실 박 씨만큼 퇴직을 제대로 준비한 사람도 드물다. 최근 낸 책이 그 증거물. 그가 퇴직 후 사용하려고 마련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21일 그를 만났다.

―제목 그대로, 직장인들에게 자기경영을 권하고 있네요.


“32년을 돌아보며 제가 얻은 결론은 ‘자기 삶은 스스로 경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걸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하라는 거죠. 경력 관리하고, 스펙 쌓고, 재테크도 시도하고. 쉽게 말해 ‘딴짓’을 많이 해보라는 얘기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파이어족’을 말하지만 ‘경제적 자유’도 직장에 몸담고 누리면 됩니다.”
○ 대기업이라는 큰 우산
1989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입사해 신사업기획, 해외영업, 국내영업, 일본주재원, 건설, 안전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재직 중 일본 쓰쿠바대 등에서 2년간 유학했고, 고려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한일 원자력 안전정책 비교)를 받았다. 만 50세에 도전해 2019년 박사모를 썼다. 포스코에서는 팀장(차장)까지 올랐는데, 스스로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자부한다.

“잘나가는 동료들처럼 승승장구하며 임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제 자신이 꽉 찬 인생을 살았다고 느낍니다. 여느 중년들과 달리 제 시간을 충분히 제 것으로 운영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오랜 꿈이던 박사학위를 땄고 유학도 다녀왔습니다. 4년간 일본 오사카에서 근무하며 해외생활을 누렸고 재테크에도 나름으로 성공했습니다. 두터운 인간관계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모든 직장이 포스코처럼 좋은 조건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듯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에서도 저처럼 한 사람은 많지 않죠.”

―자신에게 회사란 무엇인가요.

“고마운 존재죠. 제게 일터를 제공해주고 급여를 줘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게 해줬습니다. 회사는 속박도 하지만 세상을 배우고 성장할 많은 기회를 줬습니다. 다만 막상 회사 밖 삶을 준비하려니 업무경험 중 쓸모 있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관리직이라 더 그럴 겁니다.”
○ 성공적인 재테크는 당당한 직장인 생활에 도움

박 씨는 경북 포항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교육 비영리단체를 출범하려 한다. 일본 고베에서 어린이 안전교육 노하우를 배워와 전수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포항문화재단의 문화재생활동가들과 함께 주최한 유치원생 대상 안전교육 현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박성하 씨 제공

그는 직장인에게 적극적인 재테크를 권한다. 이유는 “꿈을 이루고 여유를 즐기고 현실에서 당당해지기 위해서”.

―재테크에 성공했다고 하시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노후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는 됩니다. 퇴직 앞두고 현역 시절의 2∼3배가량 소득이 들어오도록 재무설계를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개인적 성장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6세 때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 혼자 5남매를 키워내는 모습을 보며 일찌감치 경제적 자립심을 키웠다. 대학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대학 때 친구가 집을 사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나도 어서 재산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의 친척이 운영하는 부동산에 시간 날 때마다 놀러가 이런저런 조언과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직장인의 재테크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요약했다.

“팔지 않을 생산자산을 매입하되 10년 뒤를 바라보고 대출을 이용해 장기 투자해야 합니다. 시장은 이런 투자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특히 부동산은 짧은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어도 물가가 오르듯 그 가치가 올라갑니다. 유동성이 낮으니 불필요한 낭비도 줄일 수 있어요. 매달 월급 받는 직장인들은 굳이 서둘러 수익을 실현할 이유도 없죠.”

실제로 그가 20대 후반에 회사 대출과 전세를 끼고 산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15평짜리 아파트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보유 중이다. 재건축이 완공되는 내년 2월 입주할 예정인데, 그 사이 시장가치는 30∼40배 올랐다. 그는 이후로도 기회 닿을 때마다 부동산을 사 모았다. 모두 10년 이상 장기 투자였고 시간은 배신하지 않고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늘 새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가족에게 근검절약만 강조했다고 반성하셨던데요.


“아내의 불만이 컸습니다. 저도 후회가 되고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었던 건 아닌가. 잘살려고 재테크하는 건데 재테크를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한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거죠. 이제부터는 쓸 때는 쓰면서, 자산도 지켜가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너무 일찍 승진 포기한 것 후회”
직장생활을 마감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승진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것. 그는 과장급이 된 30대 후반에 이미 정년이나 승진, 임원 등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 무렵부터 끊임없이 사내벤처에 응모해 ‘곧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일찌감치 재테크에 성공한 게 알려져 “뭐 하러 직장 다니냐”는 말도 자주 듣고 다녔다.

여하튼, 출세에 대한 마음을 접으니 주변이 편안해졌다. ‘이건 아닌데’ 싶은 지시에는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웠고 돈 잘 쓰는 그를 동료 후배들은 좋아해줬지만 인사철이 되면 우울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와 보니 저도 조금만 버텼으면 지금쯤 임원이 되었겠더라고요. 한 30년 별 무리 없이 일하면 대부분 관계사에서라도 임원을 시켜주는 구조였어요. 물론 이건 저희 회사만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여하간 너무 일찍 포기했다는 생각이고,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챙기되 승진도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회사. 퇴직을 바라보는 직장인들에게 그는 당부한다.

“‘갈 곳’이 중요합니다. 경제적 준비와는 별도로, 현업에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갈 수 있는 곳을 세 곳 정도 만들어 놓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퇴직한 뒤 시작하려면 스스로 자격지심이 생긴다고 할까, 쉽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봉사단체에 50대 회사원이 가입하는 것과 60대 퇴직자가 가입하는 건 다르게 느껴진다는 거죠. 그 회사원이 퇴직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요.”
○ 퇴직 후에는 ‘갈 곳’이 중요하다
정작 그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가 내민 명함 앞면에는 재난안전 벤처기업 ‘위드 세이프티(with safety)’ 대표이사, 문학박사라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객원연구원, 포항시 문화재단 문화재생활동가, 재난안전연구(원자력 안전), 에세이 작가라는 소개가 나열돼 있다.

그는 휴직 중에도 매달 두 차례 경북 포항에 내려가 문화재단 일을 보고 포스텍 벤처보육센터인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에 지원했고 포항에서 어린이들에게 안전문화를 깨우쳐 주는 비영리단체를 출범할 계획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통해 직장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수첩쓰기’ 노하우도 공유하려 한다.

“직장 퇴직이 사회에서의 은퇴는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인생 2막은 남을 돕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작게는 직장인들에게 제 노하우를 나눠주는 일부터 시작해, 지금 준비 중인 어린이 안전교육 단체도 제대로 키워 볼 생각입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