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 있던 러시아와 우정을 상징하는 동상이 40년 만에 철거됐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키이우시 당국은 이날 도시 중심부에 있던 8m 크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우정 기념 동상을 철거했다.
철거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시작돼 약 5시간 동안 진행됐다. 동상 발목 부위를 톱으로 자른 뒤, 기중기를 이용해 동상을 바닥으로 내렸다.
현장에서 동상 철거를 감독한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인들이 양국 우정을 파괴했다”며 “(오늘은) 상징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인민 우정 아치’로 불리는 이 동상은 1982년 구소련 정부가 양국 우정 상징으로 기증한 조형물로, 남성 2명이 소련 인민 우호 훈장을 상징하는 메달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동상 상부는 대형 티타늄 아치 조형물로 장식됐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상 존치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 동안 제기됐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한 우크라이나 예술가가 아치 위에 균열을 그리기도 했다.
키이우시 당국은 동상은 철거했지만, 동상 윗부분에 남아 있는 타원형으로 된 아치 조형물은 ‘인민 자유의 아치’로 이름을 바꾸고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칠해 남겨둘 예정이다.
클리치코 시장은 “도서관에서 러시아 고전 작가들 책을 없애거나, (러시아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콘서트에 참석하는 걸 금지할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거리 이름과 기념비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