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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갈 때 콘돔 챙겼다”… 러 ‘민간인 학살’에 성범죄도 증가

입력 | 2022-04-04 15:33:00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피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진작가 미하일 팔린차크는 이날 키이우에서 20㎞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남성 한 명과 여성 3명의 시신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여성들은 나체 상태였으며, 신체 일부는 화상을 입었다고 팔린차크는 전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에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즉결처형, 성폭행, 고문 등 범죄가 자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와 5차 협상 이후 북부에 주둔 중이던 군을 철수시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나서고 있다.

특히 여성과 여학생들은 경찰, 언론, 인권단체 등에 러시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 피해 사례 중에는 집단 성폭행과 총을 들이댄 채 가해진 폭행, 아이들 앞에서 저지른 강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라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하 대표는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핫라인 전화를 여러번 받았다”며 “하지만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대부분 물리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경우였다”고 전했다.

체레파하 대표는 “성범죄는 평화로운 시기에도 좀처럼 보고되지 않는 범죄”라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사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성폭력은 전쟁 범죄와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간주되며,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보고된 성폭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실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우크라이나 여성들 사이에선 추가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이우에 거주하던 안토니나(31)는 전쟁 발발 즉시 키이우를 떠나기 전 가장 먼저 챙긴 건 콘돔과 가위였다고 전했다.

안토니나는 “통금과 폭격 휴지 기간마다 응급상자 대신 피임약을 찾아다녔다”며 “내 어머니는 ‘그런 종류의 전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모든 전쟁은 다 그렇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방위대에서도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 한 마을에선 방위군 소속 무리가 자신을 학교 도서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여성 인권단체에선 향후 몇 년간 우크라이나 사회에 남을 트라우마를 우려하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 ‘페미니스트 워크숍’의 한 관계자는 “트라우마는 여성을 따라다니는 폭탄”이라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의 규모는 가슴 아플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