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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지역 코로나 종식은 수도권보다 더 늦을 것… 긴장의 끈 놓지 말아야”

입력 | 2022-03-21 03:00:00

안병선 부산보건환경연구원장



안병선 부산보건환경연구원장은 “부산을 포함한 비수도권의 코로나19 감염 정점은 수도권보다 늦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계속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32년째 의사직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안 원장은 부산시 시민건강국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9월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안병선 부산보건환경연구원장(57)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자주 비교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까지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황과 주의점을 차분히 전하는 모습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원장은 부산시민방역추진단장과 시민건강국장을 맡다가 갑자기 언론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18일 부산 북구 만덕동 부산보건환경연구원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제가 거듭 요청해 이곳으로 지난해 9월 자리를 옮길 수 있었어요.”

안 원장은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인사이동을 요청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무게감 있는 자리를 맡았다는 걸 알지만 시급한 간호가 필요한 가족을 나 몰라라 둘 수는 없었다. 시청 사무실에 펴놓은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업무를 보다 사흘간 귀가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날이 많았다. 가족의 건강은 현재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안 원장은 “1년 단위로 보건과 환경 분야 연구계획을 짜두고 이를 실행하는 조직이어서 촌각을 다퉈 가며 일 처리를 했던 지난해보다 여유가 생긴 편”이라면서도 “코로나19 변이 검사와 신종 감염병 연구 분석 등 시민 건강을 챙기는 일에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부산에서 드문 의사직 공무원이다. 부산대 의과대학 졸업 후 여느 동료들처럼 의사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공중보건 증진운동 등을 벌이다가 1990년 부산 서구 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32년째 ‘의사 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진구와 동구의 보건소장 등을 지냈으며 시 건강정책과장 등을 거친 뒤 의사직으로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시민건강국장(3급)에 임명됐다.

2009년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대형 감염병 창궐 때마다 중요 역할을 맡았지만, 코로나19 방역은 유독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초창기의 인력·병상 부족이 가장 큰 난제였다. 안 원장은 “메르스 때처럼 ‘절대 뚫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방역을 추진했고 10명이 안 되는 직원으로는 역부족”이었다며 “확진자 격리 및 동선 추적 등에 꼼꼼히 나서다 보니 직원들이 퇴근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안 원장은 “시설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를 전국에서 부산이 처음 시행하는 데 부담감이 컸으나 이때 쌓인 방역 노하우가 전국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병실당 1인 격리가 원칙이지만 병실은 턱없이 부족했다. 8인실 등에 비말이 튀지 않게 아크릴 칸막이를 꼼꼼히 설치해 ‘간이 격리실’을 만들었다. 안 원장은 “병상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짜낸 고육책이었다”며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이런 격리법을 벤치마킹해 갔다”고 설명했다.

‘감염 유행 정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안 원장은 긴장의 고삐는 계속 죌 것을 당부했다.

“지역은 수도권보다 감염의 유행도 늦고 정점도 뒤늦게 오는 경향이 있어요. 확진자 최대치에 도달하는 그래프의 기울기는 가파르지만, 확진자 수가 0으로 수렴하는 기울기는 아주 완만할 겁니다. 계속 주의가 필요해요.”

안 원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또 다른 감염병이 창궐할 수 있으니 시에 배치한 방역 인력을 줄이지 말고, 보건소 역량을 더 높이는 등 공공의료 시스템 개선에 대한 지원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