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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Z털 세대’의 시간은 ‘틱톡’ 흐른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입력 | 2022-03-19 13:00:00

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05)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원정 씨(26)는 1년 반 만에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전세계 4060만 명(팔로워)을 홀렸다. 틱톡에서 ‘원정맨’으로 불리는 그의 무기는 ‘15초’짜리 영상들. 서 씨는 하루 2번 영상을 올린다. 대단한 기법은 없다. ‘유쾌’와 ‘재미’가 전략이라면 전략이랄까. 해외에서 올라온 가벼운 실험들을 재치있게 따라하거나 K팝, 남미풍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영상을 올리면 멕시코, 독일 등 각국 이용자들이 댓글과 이모티콘을 단다. 수많은 ‘리액션’들이 순식간에 꼬리를 문다. 10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서 씨는 “Z세대는 재미를 공유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며 “평범한 청년들이 틱톡에서는 특별해진다”고 했다.

원정맨의 ‘틱톡’ 이어찍기



● 스타벅스 CEO보다 더 번 ‘틱톡 스타’
찰리 디아멜리오(18)는 2019년부터 춤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그의 팔로워는 1억3780만 명. 디아멜리오가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1750만 달러(약 217억 원)에 달한다. 수익은 자신의 의류 브랜드와 여러 광고에서 나왔다. 그의 언니 딕시(21)도 틱톡 스타다. 지난해 1000만 달러(약 124억 원)를 벌어들였다. 틱톡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인플루언서 1, 2위를 이 자매가 차지했다.




디아멜리오의 수입은 글로벌 대기업 CEO들을 넘어선다. 지난해 미국 석유 업체 엑손모빌의 데런 우즈(1560만 달러),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1470만 달러)보다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아멜리오의 지난해 수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소속된 기업 CEO의 보수 중간값인 1340만 달러(약 167억 원)보다 25% 높다. 보수는 연봉, 보너스, 퇴직금,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WSJ은 “틱톡 스타가 TV, 영화에 진출하는 등 틱톡이 성공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숫자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춤추는 찰리 디아멜리오


● 10억 명을 홀린 ‘15초’ 플랫폼
전세계가 틱톡으로 난리다.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2016년 9월 선보인 짧은 동영상(숏폼·Short-form) 플랫폼이다. 15초 전후의 영상들을 찍어 서로 공유한다. 틱톡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틱톡에 매달 접속하는 이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가 나오고 5년 만의 기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0억 명의 사용자를 달성하는데 약 9년 걸렸다. 인스타그램은 8년, 유튜브도 7년이 걸렸다.




지난해 웹사이트 방문자 수 1위도 틱톡이 차지했다. 글로벌 콘텐츠전송망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틱톡이 구글을 밀어내고 2021년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2020년 7위에서 대폭 순위가 상승했다. 현재 틱톡에는 시간당 5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405조 원까지 뛰었다.

틱톡은 2017년 11월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월간 순 이용자수는 300만 명 수준. 국내 Z세대 인구가 대략 5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2~3명 중 한 명은 틱톡을 쓰고 있는 셈이다.



● “페이스북은 ‘나이든 사람’의 영역”
여기까지 읽고 ‘틱톡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젊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9년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세대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을 두고 ‘나이든 사람(old people)의 영역이 됐다’고 표현했다. 매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텍스트(글자)보다 시각적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경향인데, 특히 ‘영상’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전을 경험한 세대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2019년에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설문한 내용을 보면 10대의 60% 이상이 매일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유튜브를 본다고 답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쓰는 비율은 각각 34%, 23%에 불과했다. 이후 3년 동안 틱톡은 인스타그램을 넘어선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페이스북은 10대를 통째로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전 페이스북) CEO는 최근 “틱톡이 이미 경쟁자로 자리 잡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개별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텍사스A&M대와 중국 저장대(浙江大)가 지난해 발표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소셜미디어의 성공에 관한 연구’ 논문은 페이스북이 네트워크 관리나 사회적 감시 성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인스타그램은 인상 관리나 창의성 표현이 집중돼 있고, 트위터는 정보 수요에 따라 주도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동기가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2004년 미 하버드대에서 ‘대학생 인맥 쌓기용’으로 탄생한 페이스북의 이용자들이 더 이상 10대가 아니라는 점도 반영된 듯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전 페이스북) CEO. 동아일보DB



● ‘숏폼 시대’
글자에서 사진, 영상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도 틱톡의 성장 배경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짧은 동영상’을 추구하는 Z세대의 잠재 수요를 틱톡이 잘 파고들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영상이 대세가 된 건 유튜브가 먼저 증명했다”며 “젊은층은 영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는 전반적으로 콘텐츠를 쪼개서 제공하는 추세가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웹툰’이다. 웹툰은 종이로 된 만화책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꾼 뒤, 이를 나눠서 연재하는 콘텐츠다. 한 편을 보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몇 편을 모으면 만화책 한 권 분량이 된다. 물론 현재는 웹툰 작가가 따로 있고, 처음부터 웹툰용으로 제작된다. 이 같은 짧은 콘텐츠는 이동 시간이나 잠들기 전 등 ‘틈새시장’을 꿰뚫고 있다.

영상 소비도 비슷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숏폼’(10분 이하 영상) 시청 비율은 2019년 71%에서 2020년 82%까지 늘었다. 물론 Z세대가 극단적으로 짧은 영상만 보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롱폼’(10분 이상 영상) 시청 비율도 10%에서 52%로 껑충 뛰었다. 한 시장조사업체(Horowitz Research)의 최근 연구에서도 Z세대가 짧은 영상 못지않게 긴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장수 연재 기록을 가진 웹툰 ‘마음의 소리’. 네이버웹툰 제공




● ‘선도자’가 ‘추격자’로
어찌됐든 짧은 영상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메타와 유튜브도 숏폼 트렌드에 합류했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 8월 미국, 브라질 등 50여 개 나라에 숏폼 서비스인 ‘릴스’를 내놨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 앱에서 릴스 기능을 통해 15~30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을 검색해 삽입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필터로 배경을 바꾸고, 특수효과 기능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2월 한국에 릴스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도 ‘쇼츠’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숏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0년 인도에서 초기 버전을 출시하고, 지난해 3월 미국을 거쳐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쇼츠의 최소 영상 길이는 5초에서 1분으로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짧다. 유튜브 음악 라이브러리에 있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3월 숏폼 동영상 서비스 ‘패스트 래프’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내놓았다. 넷플릭스 영화나 TV 프로그램 중 회사가 고른 영상을 30초가량 요약해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 캡처



● 속도로 대변되는 ‘디Z털 세대’
그렇다면 Z세대는 왜 짧은 영상을 선호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Z세대의 특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Z세대에게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연결돼 있었다. 또 언제든,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존재했다. ‘본투비 소셜’과 ‘모바일 네트워크’ 속성이다. 온라인에서 외국인과 소통하고 해외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하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Z세대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참상이 이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바로 디지털 세상에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모바일과 PC를 함께 쓰면서 자라나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Z세대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책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저자 제프 프롬 퓨처캐스트 대표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Z세대는 실제로 뇌 구조가 그 이전 세대와 다르다”며 “밀레니얼이 2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고 12초의 집중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Z세대는 5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면서 8초 정도의 집중력을 가진다”고 했다. 강력한 디지털 제어 능력을 가지지만 집중력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웬만큼 흥미롭지 않으면 Z세대를 오래 잡아 두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틱톡 팔로워 4060만 명을 보유한 서원정 씨는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짧은 단위인 15초를 안 넘기려고 한다”며 “더 길어지면 영상을 보다가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젊은층의 ‘초 단위 인내심’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의 물류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부터 창고를 곳곳에 두는 등 물류망을 공격적으로 확보했다. 제품이 배송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젊은층의 ‘주문 취소’가 많아 손실이 발생한 것이 배경이었다.

디지털에 강한 Z세대. 동아일보DB



● Z세대가 틱톡과 사랑에 빠진 이유
Z세대가 틱톡을 사용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는 지난해 틱톡의 3가지 강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가치’다. Z세대는 재미있고, 단순한 경험을 즐기는데, 틱톡이 이를 잘 만족시켜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틱톡 앱을 들어가 보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동법이 단순하다.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나온다. ‘좋아요’나 ‘댓글’도 곧바로 누를 수 있다. 전성민 교수는 “시가총액 47조 원의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데이팅 앱 ‘틴더’를 보면 ‘좋아요’, ‘싫어요’, ‘채팅창’ 이렇게 조작법이 굉장히 간단하다”고 했다. 이렇게 단순한 조작법은 즉각적인 피드백과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더 많은 활동을 유발한다. 전 교수는 “유튜브 역시 영상 하단에 바로 반응을 전달할 수 있는 ‘좋아요’, ‘싫어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짧은 형태의 다양성’이다. 짧은 비디오 클립의 끝없는 스크롤은 Z세대를 오랜 시간 앱에 머물게 만든다. 포레스터는 틱톡 영상을 ‘끝없는 강과 같다’고 표현했다. 1분도 안 되는 영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서원정 씨는 “15초라는 시간에 ‘맥락’을 고민해서 담는다”며 “수많은 영상들에 제각각의 개성이 담겨있다”고 했다.

틱톡 ‘원정맨’ 서원정 씨는 1년 반 만에 틱톡에서 4060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심지어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재테크 등 재정 조언을 받기도 한다. WSJ은 16만3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22세 청년 롭 실즈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인기 있는 주식과 좋은 주식을 찾는 방법, 거래 전략 등을 틱톡에서 전하고 있다. 미국 어린이 용돈관리앱 ‘그린라이트’ 설립자인 팀 시핸은 “젊은이들이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질만한 금융 교육 자료가 거의 없다”며 “소셜미디어로 눈을 돌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고, 이를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포레스터가 꼽은 틱톡의 마지막 장점은 ‘긍정적인 자기 표현’이다. 포레스터 조사에서 Z세대 응답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틱톡의 긍정성”을 꼽았다. 이들은 “앱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틱톡에서는 가수 지코의 노래 ‘아무노래’의 안무를 따라하는 ‘아무노래 챌린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Z세대의 창의력이 발현된다.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노는 세대다. 더 재밌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콘텐츠를 재가공한다.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기에 ‘틱톡’이 제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악도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영상에도 음악을 많이 입힌다. 일부 가수들은 신곡 발표를 틱톡에서 먼저 하기도 한다.

틱톡의 프로모션 영상.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가 꼽은 틱톡의 장점 중 하나는 ‘긍정적인 자기 표현’이다. 틱톡 영상 캡처



● 해외서 커지는 중독 걱정
긍정적인 부분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걱정이다. 올해 초 미국의 한 리서치 기업은 “Z세대의 20%가 틱톡에서 매일 5시간 이상을 보낸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디지털을 ‘공기’처럼 여기는 세대다. 틱톡 이외에 유튜브 사용량도 많다. 다른 연령대가 카카오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과하다고 비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유해한 콘텐츠’다. 해외에서는 틱톡이 미성년자를 성(性)이나 마약, 극단적인 콘텐츠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은 “틱톡의 많은 (성적인) 동영상에 ‘18세 이상’이라고 달려있는 태그가 거의 없었다”며 “틱톡에서는 현재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13세인지 21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섭식장애가 급증해 문제가 됐는데, 틱톡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산되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증가하면서 신체 이미지에 더 집중하는 청소년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트레이시 리치몬드 하버드 의과대학 소아과 교수 겸 보스턴 아동병원 섭식장애 프로그램 책임자는 “섭식장애 환자의 입원이 전염병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전염병 기간 동안 사회적 고립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유명인사들의 미디어 게시물이 영향을 미친듯하다”고 했다.

미 의회 의원들도 지난해 말 열린 청문회에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DB




● 틱톡의 즉각적인 대처
틱톡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틱톡은 유해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틱톡은 지난해 2분기(4~6월)에만 전체 게시 영상의 약 1%인 8150만 개의 동영상을 커뮤니티 기준과 서비스 약관 위반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중 94.1%는 사용자가 신고하기 전에 틱톡 자체 모니터링으로 제거했다. 또 87.5%는 게시 이후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거했다고 틱톡은 설명했다. 이 수치는 직전 분기(81.8%)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다.

이외에도 부정확한 소식의 확산을 막고, 온라인 언어폭력 등을 막기 위해 댓글 여러 개를 한 번에 삭제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틱톡 약관에는 사용자가 최소 13세 이상이어야 하고, 18세 미만 사용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특정 콘텐츠 종류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콘텐츠를 계속적으로 보게 되는 우려가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유출보다는 알고리즘에 대한 걱정이 훨씬 많은 편이다.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틱톡 홈페이지 내 ‘안전 센터’ 페이지. 틱톡은 유해 콘텐츠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틱톡 홈페이지 캡처



● 꺼지지 않는 ‘알고리즘 논쟁’ 불씨
WSJ은 지난해 틱톡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영상을 얼마나 오래 보는지에 따라 계속 스크롤 할 수 있는 더 많은 영상이 노출되며, 이 과정에서 자살이나 자해를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해 말 ‘틱톡 알고리즘 101’이라는 제목의 틱톡 내부 문서를 공개하면서 알고리즘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냈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고 트랜스패런시’를 설립한 기욤 샬로는 “이 시스템은 시청 시간이 핵심이란 것을 의미한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보다 사람들을 중독시키려고 한다”고 NYT에 우려를 전했다. 그는 알고리즘이 몇 시간 안에 이용자의 음악적 취향이나, 신체적 매력, 기분 상태, 마약 복용 여부 같은 민감한 정보 등을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보는 이용자를 더 구체적으로 공략할 수 있고, 더 중독 되게 만드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틱톡의 내부 문서를 검토한 NYT는 틱톡의 시청 시간이 알고리즘이 고려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동영상에 점수를 매기는 간단한 방정식을 제시했다.

‘이용자의 좋아요 × 영상의 좋아요 + 이용자의 댓글 × 영상의 댓글 + 평균 재생시간 × 해당 동영상의 재생시간 + 이용자의 재생 × 영상의 재생’

이는 기계 학습과 실제 사용자 행동에 대한 예측이 좋아요와 댓글, 재생 시간의 연산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방정식을 기반으로 모든 동영상에 점수가 부여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동영상을 사용자에게 내보낸다.(실제 방정식은 더욱 복잡하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이용자가 특정 동영상을 좋아해도 앱은 계속 비슷한 영상만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재밌어도 계속 보면 지루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DB



● 틱톡이 ‘마법의 코드’를 해독했다?
알고리즘에 대한 의심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NYT의 요청으로 내부 문서를 검토한 줄리언 맥올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컴퓨터과학 전공 교수는 “추천을 위해 (틱톡이) ‘마법의 코드’를 해독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본 대부분은 꽤 정상적인 것 같다”며 틱톡의 알고리즘이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NYT도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없었다고 마무리 지었다.

틱톡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콘텐츠 안전성 문제나 알고리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틱톡 같은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틱톡은 이에 대해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가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며, 싱가포르에 추가 서버를 두고 미국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틱톡은 최대 동영상 제한 시간을 3분에서 10분으로 늘리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어른’들의 우려 속에서도 당분간 Z세대들은 이곳을 ‘일상의 놀이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소셜미디어가 숏폼 경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