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의 대(對) 러시아 지원 여부를 두고 미국 등 주요 서방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지원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장기화로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은 18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한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는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에 진행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재 및 대러 지원에 움직임에 대한 경고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통화는 미중 간 “개방된 소통 라인 유지 노력의 일환”이라며 “양 정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다른 상호 관심사뿐 아니라 (양국 간) 경쟁 관리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과 경쟁에 있어 러시아는 중국의 든든한 우방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가 전세계적인 ‘적’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은 정책 수정에 내몰리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회유한다면 양국 관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컬럼비아대학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린컨 미첼 정치 분석가는 미국 NBC뉴스에 중국은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립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는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재고할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는 두 권위주의 국가의 긴밀한 관계를 억제하기 위해 긴장 고조를 넘어선 미묘한 중국 정책을 수립할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제재가 러시아의 경제를 급속하게 약화시키고, 러시아인들의 불만을 불러 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경제는 러시아보다 강하고 서방에 덜 의존하지만 제재를 받게 되면 러시아처럼 체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 비슷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러시아보다 대중 교역이 많아 과감한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중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은 미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런 무역 전쟁을 끝내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있어 러시아와 결별하면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방법 외에도 서방은 중국의 선택을 더 큰 그림으로 그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국은 스스로를 서방의 패권에 맞선 잠재적 대항마로 보고 있다. 이에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중국 스스로 만든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적당한 가격의 에너지 및 다른 자원과의 교환을 통해 군사지원 등 방식으로 러시아를 도울 수 있지만 이에 따른 큰 대가도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재와 함께 중국과 서방의 관계 약화를 의미한다. 이 경우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된 초강대국이 아닌 세계 권위주의지 진영의 리더임을 드러내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