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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우리나라에 호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가 올까요?

입력 | 2022-03-18 03:00:00

멸종위기 처한 한국 호랑이 지키려 해발 600m 국립백두대간수목원서
호랑이 야생성 기르고 종 보전 노력
한국범보전기금-현지 연구자들은 해외로 옮겨간 한국 종 귀환 위해
두만강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 진행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 사는 어미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 남매의 모습. 호랑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호랑이들을 보호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올해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여러분은 호랑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특별한 동물이었어요.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펴낸 ‘한국민속상징사전: 호랑이 편’을 보면 호랑이 관련 속담은 71개, 지명은 389건, 설화는 956건에 달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랑이에 진심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과 2018년에 각각 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두 번의 올림픽 모두 마스코트는 호랑이였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이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호랑이는 물론이고, 세계의 호랑이들이 사람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늘은 호랑이와 사람이 더불어 사는 미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호랑이와 공존하는 미래 ‘호랑이 숲’
드넓은 방사장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호랑이들이 있대요. 호랑이의 야생성을 기르고, 종 보존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공간이죠. 바로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 이곳의 호랑이들은 어떻게 지낼까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은 평균 고도가 해발 600m인 곳에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호랑이 방사장 안에서 호랑이들이 야생에 가깝게 살고 있죠.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태어난 ‘태범’, ‘무궁’ 남매가 지난해 말 이곳 호랑이 숲에 유학을 오며 화제가 됐습니다. 두 호랑이가 이제 부모에게서 독립할 시기가 되었고, 또 야생과 가까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연구하기 위해서예요. 호랑이 남매는 아직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호랑이 숲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호랑이는 ‘한청’과 ‘우리’였어요. 둘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터벅터벅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차분했고,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멀리서 조용히 호랑이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호랑이 숲의 호랑이들도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오전에 방사장으로 나와 자유롭게 지내다가 오후 4시쯤 건물 안쪽 내실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방사장이 넓은 탓에 호랑이가 제 시간에 들어가지 않아서 오후 8시나 9시까지 기다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해요. 특별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호랑이의 행동을 일부러 유도하지 않는 것이 호랑이 숲의 원칙이지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민경록 주임은 “방사장이 워낙 넓다 보니, 혹시 안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호랑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항상 점검한다”며 “동물이 야생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풍부화를 위해서 큰 연못도 설치하고, 튼튼한 공이나 장난감을 넣어주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어 “호랑이 숲은 전시보다는 보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호랑이를 살피는 장소”라며 “언젠가 야생 호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호랑이의 유전자 다양성과 야생 습성을 보존하며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에 호랑이가 돌아올까

중국 훈춘 지역 호랑이 연구자 리영 씨 부부가 촬영한 아무르호랑이의 발자국. 리영 씨 제공

지난해 11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북동부에서 ‘아무르호랑이’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어요. 아무르호랑이는 우리나라에 살았던 한국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에요. 연구자들은 아무르호랑이를 보전하면 우리나라에 다시 호랑이가 돌아오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호랑이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호랑이는 지금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아무르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한국호랑이는 우리나라 야생에 없을 뿐, 아직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거예요.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가 이끄는 한국범보전기금에서는 2016년부터 현지 연구자인 리영, 리해룡 씨 부부 등과 함께 ‘두만강 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생태통로란 도로나 댐 등으로 야생동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통로를 말해요.

이 프로젝트는 두만강 하류인 중국 훈춘 지역에 있는 한국호랑이와 표범이 강과 산맥을 따라 서식지를 넓히다가 백두산까지 와서 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백두산 생태계는 호랑이와 표범이 살기 좋은 서식지 후보거든요. 그래서 호랑이가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를 찾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훈춘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람과 호랑이가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언젠가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죠.

이 교수는 “호랑이가 한반도까지 넘어오더라도, 호랑이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호랑이 보전을 위해서는 여러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이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호랑이의 ‘유전자 마커’를 개발하고 있어요. 유전자 마커는 동물 유전자를 분석해 각 개체를 구별하고 가족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호랑이 연구자들은 숲에 어떤 호랑이가 살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나무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해요. 그런데 유전자 마커를 활용하면 영상에 찍힌 호랑이들이 근처의 다른 호랑이들과 어떤 관계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호랑이들의 유전자정보를 바탕으로 한 마리씩 관리할 수 있죠. 이 교수는 “밀렵당한 호랑이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어디 있던 호랑이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러면 밀렵 단속도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호랑이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동물을 넘어서 다른 나라와의 생태적, 문화적 연결고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병구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