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러시아인들 등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핵보유국인 러시아는 “모든 핵무기 감축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핵위협을 거론하며 서방과 단교할 의사를 밝혔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벨라루스는 27일 러시아의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한다고 돌연 밝혔다. 나토는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동유럽에 병력을 대폭 증강한다고 밝혔다. 1991년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31년 만에 유럽을 중심으로 2차 냉전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美, 금융의 ‘핵 옵션’ 꺼냈다
이번 서방의 제재에 동원된 SWIFT는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는 금융 결제망이다. 여기서 퇴출될 경우 국제 금융 거래와 주문이 불가능해지고 기업들은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그동안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이를 제재 방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저해 이틀 전 러시아 제재에선 빠졌다.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면 러시아로부터 원유 등 자원 수입이 어려워지는 데다, 러시아 금융기관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컸다. 이번에도 이런 우려에 따라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일부 금융기관만 제재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에너지 구입 등을 위해 서방에 필요한 곳은 결제망에 그대로 남기면서 부작용을 줄이고 제재 효과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재 대상 금융기관들에 따라 파장의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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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 움직임
지난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는 푸틴 대통령을 국가수반이나 외교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퇴출시킨다 상징성이 크다. 미 재무부는 제재를 발표하면서 “한 국가 정상을 제재 대상으로 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같은 폭군을 포함하는 매우 작은 집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직 대통령이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6일 “러시아는 남아 있는 모든 핵무기 감축 조약으로부터 탈퇴하는 것으로 제재에 대응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서방과의) 외교 관계가 특별히 필요치 않다. 지금은 대사관을 폐쇄하고 쌍안경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며 연락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를 승인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