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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먼 미래보다 행복한 하루”… ‘갓생살기’ 트렌드에 꽂히다

입력 | 2022-02-05 03:00:00

[토요기획] ‘행복 습관’ 만드는 습관 형성 챌린지 확산 왜?
“내가 뺀 살 만큼 쌀 기부”… “걸음 수에 따라 캐시 지급”
퇴근후 홈트레이닝 몰두하고, 하루에 한 번 하늘 바라보기 등
하루하루 작은 행동이 습관 돼…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자극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기, 퇴근하면 홈트레이닝, 하루 한 번은 하늘 올려다보기.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의 보람을 선택한 ‘갓생(God+인생) 살기’. 단기 목표부터 실천하겠다는 MZ세대의 ‘짧지만 알찬 하루’를 들여다봤다.》

소확행 습관에 꽂힌 MZ세대


직장인 김모 씨(29)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다. 하루에 한 번 고개를 젖혀 하늘도 바라본다. 특별할 것 없는 행동이지만 김 씨에겐 꼭 지켜야 할 루틴이 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매일 인증도 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마다 20만 원가량의 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2주가량 활동을 인정하면 예치금을 돌려받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상금’까지 얻을 수 있다. 김 씨는 “5분도 걸리지 않는 사소한 습관이지만 주체적으로 시간을 썼다는 것이 심리적인 만족감을 준다”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A 씨(26)의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 매년 하던 도전이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앱을 통해 ‘내가 뺀 살만큼 쌀로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선언만 해도 감량 목표체중의 10% 무게만큼의 쌀이 기부된다. 직접 미션에 참가해 감량에 성공하면 그 무게만큼 추가로 쌀이 기부된다. 매일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밥 반 공기만 먹기, 계단 걸어서 오르내리기 등의 행동들을 커뮤니티에 매일매일 인증하고 참가자들끼리 격려한다. A 씨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매일같이 인증하다 보니, 하루하루를 뿌듯하게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반 친구 하루에 한 번 칭찬하기, 퇴근 후 ‘홈 트레이닝’하기…. 소소하지만 건강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의 작은 활동들을 인증하는 ‘습관 형성 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다. 불확실한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단 오늘 하루를 알차고 뿌듯하게 지내고자 하는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합성어) 살기’가 MZ(밀레니얼+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이런 흐름을 활용해 소소한 활동을 인증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 먼 미래보단 오늘의 나를 위해… ‘갓생 살기’ 주목
‘갓생 살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에 자극받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특정한 목표를 정하고 하루를 살아나가는 게 핵심이다. 특히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소비하길 원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엇인가를 ‘인증’하려는 욕구가 강한 MZ세대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챌린저스 이용자 인증샷 

‘습관 형성 플랫폼’에 100만 원가량을 예치하며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30)는 “일이 끝난 이후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아까웠고, 출퇴근시간 등의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다”며 “앱에서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인증샷’을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인증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것도 ‘갓생 살기’ 열풍에 한몫했다. 사람들 간의 만남이 제한되면서 스스로의 루틴과 습관을 만들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민희 씨(40)는 “5∼10년 뒤 계획보다 나를 위해 스스로 결심했던 것들을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성취해나가는 것이 인생을 더 충만하게 한다”고 말했다.

야나두의 동기부여 플랫폼 ‘유캔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재택근무와 집콕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앱 세상에서 새로운 놀이터를 찾는 MZ세대가 늘고 있다”며 “작은 생활습관에서부터 취미, 자기계발까지 비대면으로 앱상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주요 트렌드로 확인되는 갓생 살기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서 다수 생산되고 있다. 카페 내에서 갓생 살기의 주요 실천방법인 문화생활과 자기계발, 취미생활 정보를 얻기 위한 활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취미일반·원예 카테고리의 카페 내 일간 게시글은 2019년 대비 33% 증가했다. 다이어트·운동 카테고리도 19% 증가했다. 네이버 카페의 주간 활성 사용자(WAU) 수도 2019년 1800만 명, 2020년 1900만 명, 2021년 2100만 명으로 매년 100만∼200만 명 단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 보상과 인증 통해 ‘갓생 살기’ 돕는 서비스도

갓생 살기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돕기 위한 정보기술(IT)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챌린저스’는 도전하고자 하는 목표에 이용자 스스로 돈을 걸고 매일매일 미션을 수행, 인증하며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론칭 약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900억 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0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챌린지 참가도 지난해 한 해 동안 133% 증가하며 누적 380만 건을 넘어섰다. 챌린저스를 운영하는 화이트큐브의 최혁준 대표는 “MZ세대는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 오늘 하루의 만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며 “하루하루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앱의 구조가 MZ세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기본 구조는 보상과 인증이다.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끼리의 커뮤니티에 인증샷을 올려 경쟁심과 성취 욕구를 자극한다. 성취에 따른 보상도 제공한다. 유캔두도 자유롭게 목표와 보상을 설정하고 동참한 참여자들이 함께 서로 동기 부여를 해주며 공통의 목표를 성취해가는 리워드앱이다. ‘두잇(do-it)’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미션에 참여하고 인증하면 커피쿠폰, 상품권 등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성공지원금(UCD)이 제공된다.

캐시워크 

‘갓생 살기’를 지원하는 앱들은 쉽고 직관적인 시스템이어서 MZ세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휴대전화 잠금화면에 만보기를 도입해 걸음 수에 따라 100보당 1캐시를 지급하고, 캐시를 통해 제휴를 맺은 상품과 교환이 가능하게 한 서비스 ‘캐시워크’가 대표적이다. 캐시워크의 지난해 누적 걸음 수(5조3000억 보) 가운데 40대 이상 사용자들의 걸음 수는 3조2000억 보(61%)로, MZ세대 사용자들의 2조 보(37%)보다 약 1조 걸음 앞섰다. 캐시워크를 운영하는 ‘넛지헬스케어’ 측은 “운동 행태에 대한 보상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획득할 수 있어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세대는 물론 앱을 통한 건강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세대에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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