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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한 번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거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어? 우스갯소리지만 세상을 충분히 살지 않은 아이나 젊은이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질문.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도 생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경험을 ‘일 잘하는 사내’라는 제목의 시로 남겼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질문을 받고 “다시 태어나면/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깊고 깊은 산골에서/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소박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가벼우면서도 깊은 답변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에 그 말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했다. 작가는 그들이 왜 울었을지 궁금했다. “홀로 살다 홀로 남은” 자신이 안쓰러워 그랬을까. 그는 스무 살 때 결혼하고 스물네 살 때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했다.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든 소설은 사실 그에게 생활의 한 방편이었다. 그는 이제 팔십 넘은 노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그의 고단한 삶을 떠올리고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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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