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중부 지역을 휩쓴 최악의 토네이도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도시와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통상 날씨가 추운 12월에 이런 대형 토네이도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과학자들은 겨울이 예년에 비해 따뜻해지면서 생긴 이례적인 기상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오후 “켄터키주 서부에서만 약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희생자 수는 100명을 넘길 수 있다”며 “(희생자 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시어 주지사는 “우리 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토네이도였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일리노이주에서도 아마존 물류센터 건물이 토네이도에 붕괴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테네시(4명), 아칸소(2명), 미주리주(2명) 등에서도 희생자가 확인됐다. 이밖에도 실종자가 많아서 미국의 전체 희생자 숫자는 더 크게 불어날 조짐이다. 켄터키주를 비롯해 아칸소, 일리노이, 미시시피, 미주리, 테네시 등 미국 중부 지역 6개주에서는 최소 30차례가 넘는 토네이도가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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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가 지나간 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장 피해가 집중된 켄터키주 남서부 메이필드에서는메이필드에서는 파괴된 건물 잔해와 나무 파편들이 땅을 뒤덮었고 구부러진 금속 물체와 끊어진 전깃줄, 부서진 자동차가 도로에 나뒹굴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나마 버틴 건물들도 창문과 지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CNN방송에 “오늘 아침 시청 앞을 걸어나오는데 마치 도시가 성냥개비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약 110명의 사람이 있었던 양초 공장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40여 명은 다행히 구조됐지만 아직도 수십 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네 자녀를 둔 엄마 재닌 데니스 윌리엄스도 아직 건물 잔해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는 공장에서 선물용 양초를 만들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취임 이후 국제 사회에서 줄곧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토네이도의 원인이 기상 이변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인 11일 머물고 있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후 변화가 이런 극심한 날씨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사태 중 하나”라며 피해 지역에 연방 차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