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2/박소영 지음/1권 464쪽, 2권 468쪽/각 1만5000원·창비 ◇캣피싱/나오미 크리처 지음·신해경 옮김/416쪽·1만5000원·허블
게티이미지코리아
공상과학(SF)의 시대다. 10월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듄’이 국내 관객 150만 명을 끌었고, 배우 공유와 배두나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이달 24일 공개를 앞두고 화제다.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SF 소설가 김초엽이 펴낸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8월), 단편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한겨레출판사·10월) ‘행성어 서점’(마음산책·11월)이 연달아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에게는 SF가 낯선 것이 사실. 특히 엄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서사를 펼쳐나가는 ‘하드 SF’는 초심자가 소화하기 쉽지 않다. SF에 관심은 있으나 작품이 어렵지는 않았으면 하는 독자가 읽을 만한 SF 소설이 연달아 출간됐다. 기본적인 과학 지식만 있으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소프트 SF’ 작품이라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국내 작품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소영 작가의 장편소설 ‘스노볼’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떨어진 혹한기가 찾아온 미래 사회. 권력과 자본을 독점한 특권층은 돔으로 도시를 둘러싼 따뜻한 지역인 스노볼에 산다. 반면 평범한 이들은 스노볼엔 접근하지 못하고 추운 바깥세상에서 버텨야 한다. 우연히 바깥세상에 살던 16세 소녀 전초밤은 스노볼 내부로 들어가는데…. 전초밤은 스노볼을 설계한 과학자 신이채를 만나고 스노볼을 지배하는 이본그룹의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장편소설 ‘스노볼’과 ‘캣피싱’을 펴낸 박소영 작가(왼쪽 사진)와 나오미 크리처. 두 작품 모두 엄밀한 과학적 사실보단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 SF 소설이라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창비·허블 제공
저자는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2016년 수상한 미국 소설가 나오미 크리처다. 이번 소설은 지난해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 영어덜트 부문을 수상했다. 신기술을 다루는 SF 작품인 동시에 스테프가 캣넷에서 AI가 활동하는 이유를 캐내고 아버지로부터 도망 다니는 과정이 추리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현재 우리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재난의 시기 특권층과 서민이 다른 공간에 사는 것이 옳은가’(스노볼) ‘인간과 AI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나’(캣피싱)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묻고 있는 것.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SF가 요즘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을 놓치지 않아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