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리스 옷 쇼핑몰 운영 김수정 씨 책 ‘여성복은…’서 패션 성차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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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씨(28·사진)는 3년 전 세 살 터울 남동생의 청바지를 입어봤다. 자신이 입던 청바지들이 너무 불편하던 차에 동생은 청바지가 편하다고 말한 게 의아했기 때문. 허리둘레 차이를 고려해도 남동생의 청바지는 정말 편했다. 허리선부터 엉덩이 부위 아래 선까지의 길이인 ‘밑위’부터 전체적인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여성용 청바지는 실루엣을 강조하느라 밑위를 짧게 정하고 라인이 꽉 끼는 반면 남성용 청바지는 활동성에 초점을 맞춰 밑위가 길고 여유 공간이 많았다. 그날 김 씨는 결심했다. ‘편한 여성복을 만들어 보자’고.
지난달 30일 에세이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시공사)를 펴낸 김 씨는 2018년부터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 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여성의 신체 특성에 맞춰 남동생 바지를 대략 수선한 뒤에 남성복 공장에 들고 가서 제작을 요청했다”며 “그 바지를 입고 나서 외출한 뒤엔 바지 입는 걸 깜빡했나 싶을 정도로 편했다”고 말했다.
커플룩으로 출시된 남성용 상의(왼쪽)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여성용 상의. 김수정 씨는 “큰 사이즈의 옷을 입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용 옷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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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젠더리스 옷을 만들 거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있어요. 타이트한 옷을 원하는 이들만큼이나 편안한 옷을 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떤 옷을 입을지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