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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쌍히 여기지 말라. 나는 병마와의 싸움에서 단 하루도 지지 않았다.”
18일(현지 시간)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월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인 밥 우드워드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석 달 전까지도 그는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며 꼿꼿한 군인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1989년 이후 32년 간 파월 전 장관을 50차례 인터뷰한 언론인이다. 파월 전 장관이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 흑인 최초 국무장관 등에 임명되며 보이지 않은 ‘인종의 유리천장’을 허물어갈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성취와 업적을 보도해왔다. 7월 12일 42분 간 진행한 전화 통화는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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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전 장관은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밝혔다. 그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때 다음날 아침 우리가 그들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를 감행할 방법이 있겠는가”라며 “북한과 이란은 그런 충돌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콜린 전 장관은 또 “중국이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시작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북한을 사랑하고 북한을 원한다”고 했다. “북한은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며 “그 작은 얼간이(김정은)가 열병식을 하도록 놔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살행위가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우리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고 거듭 확언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판단이 이란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인구가 1억4500명인 데 비해 미국의 인구는 2배 이상 많은 3억3000만 명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아프간 철군에 대해서는 “종국에는 (미군이) 철군을 했어야 했다”며 “우리는 그들(탈레반)을 이길 수 없고 그렇다면 그렇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둔 미군의 수를 최대 10만 명에서 몇 백 명으로 줄여놓는 상태로 아프간 상황의 통제와 관리 유지는 어차피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 아프간인들이 있으니 철군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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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전 장관의 별세 소식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장관은 따라갈 자 없는 영예와 존엄을 가진 애국자였다”며 “그는 전사이자 외교관으로서의 가장 높은 이상을 실현했고, 미국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데 전 생애를 바쳤다”며 그를 기렸다. “그는 인종의 장벽을 계속 깨뜨려 나가면서 다른 이들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는 가장 위한 미국인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관공서와 해외 대사관, 군 시설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파월 전 장관은 우리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독립적인 사상가이자 장벽을 부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파월 전 장관을 국무장관 자리에 발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애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