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장 교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운동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운동이 곧 일상이라는 장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인정받는 의사다.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병든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타비시술(대동맥판막치환술)에서 특히 이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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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에는 헬스클럽 매일 ‘출근’
장 교수는 10년 넘게 병원 내부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 2회 정도 헬스클럽을 찾았다. 다소 부족한 횟수다. 사실 매일 가고 싶었지만 학회 모임과 논문 준비 등으로 저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후 저녁 모임이 크게 줄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참에 운동을 늘리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평일에는 가급적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에 ‘출근’한다.
학술 모임이나 병원 회의가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나머지 요일에는 퇴근 후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다. 간혹 월요일과 금요일에 저녁 업무가 취소되면 또 헬스클럽에 간다. 이렇게 하면 5일 동안 7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셈이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드밀을 이용할 때는 산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한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무릎 보호를 위해 걷는 속도는 시속 6㎞를 유지한다. 대신 경사도를 16도로 높여 걷는다. 산행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고를 막기 위해 트레드밀에 설치된 안전 손잡이를 잡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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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드밀을 이용할 때는 산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한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주마다 산행 매달 자전거 여행
장 교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 전부터 시간이 날 때면 산에 갔다. 그러다가 5, 6년 전부터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산에 간다. 전국 명산을 찾아 두루 다녔다. 험한 산에도 종종 올랐다. 언젠가는 에베레스트 산맥도 등정하고 싶다. 다만 평소에는 이런 산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주로 청계산이나 북한산처럼 근처에 있는 산을 오른다. 장 교수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은 청계산이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3,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육 교수는 평일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 외에도 동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장기육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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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육 교수는 평일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 외에도 동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장기육 교수 제공
● 운동을 하면서 활력이 생겼다
장 교수가 운동하는 삶을 산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에 환자 진료, 연구 논문 준비와 발표 등이 많아 거의 탈진할 정도였단다. 진료가 끝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축 처졌다. 그대로 집에 가면 쓰러져 자야 할 정도였다. 정신도 피곤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과 피로를 극복하려면 무언가 해야 했다. 그때 시작한 게 운동이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운동. 장 교수는 이를 ‘생존 운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자 생활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활력이 넘쳐났다. 장 교수는 “그전에는 저녁이 되면 심지에 불이 꺼지는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제2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실제로 운동 효과는 건강지표에서도 나타났다.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이 수치가 높아졌다.
고혈압도 개선됐다. 장 교수는 원래 혈압이 조금 높았다. 수축기 혈압이 130~150㎜Hg으로 위험 수준이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운동 횟수를 늘렸고, 약도 복용했다. 그 결과 혈압이 100~120㎜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치를 되찾은 것이다.
운동 지속하려면 ‘약속’ 부터 잡으세요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종목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나도 지속하기 힘든데 10년 넘게 성공 중인 비결을 물었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드밀을 이용할 때는 산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한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려면 동료 혹은 동호회원과 함께 즐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혼자 산에 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 교수는 친한 동료 한두 명과 한 달 동안의 등산 약속을 미리 잡아 놓는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장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지 ‘정복’이나 ‘승리’의 개념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운동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일부러 고도가 높은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숨이 살짝 차는 정도의 등산을 선호한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행 시간이 2시간만 넘는다면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시간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도 준비운동에서 본 운동, 샤워까지의 모든 과정을 1시간 이내로 끝낸다. 그 이상 길어지면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