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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망작 아니면 걸작 예상… 힘들어서 이 6개 빠졌다”

입력 | 2021-09-29 03:00:00

“인기 얼떨떨…” 황동혁 감독 인터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그는 드라마 성공 비결로 단순한 게임들로 극을 구성한 점을 꼽았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어서 이가 6개나 빠졌어요. 애들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콘셉트가 말이 될까? 비웃지 않을까? 두려움에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죠.”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0)은 28일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인 열풍은 예상치 못해 얼떨떨하다”고 했다. 스스로 오징어게임이 “망작 아니면 걸작”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고.

결말은 ‘초특급 걸작’이 됐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스트리밍 순위 1위에 오르며 전 세계에서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27일(현지 시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도 이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 세계인 사로잡은 단순함

극중 ‘456번 참가자’ 성기훈(이정재). 황 감독은 2009년 ‘쌍용차 사태’로 해고된 이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제공

황 감독이 꼽은 인기 비결은 단순함이다. 기존 게임 장르물들은 게임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전 세계 누구나 30초면 규칙을 이해할 있는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했다. 인물에 대한 서사가 자세해서 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점도 비결로 꼽았다. 황 감독은 “진정한 승자도, 영웅도 없는 루저들 이야기라는 점, 게임 자체보다 사람에 주목했다는 점이 1인의 영웅이 존재하는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게임물은 자칫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되고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죠.”

황 감독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한 건 2008년. 당시엔 소재가 낯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슬프게도 이제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돼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며 “전 세계가 주식과 코인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는 만큼 소재가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고 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극중 게임 6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각에선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은 여성에게 불리하다며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도 생각해봤지만 긴장감 면에서 아쉬웠고 룰도 어려웠다”며 “전 세계를 목표로 가장 단순한 게임을 찾다 보니 빠진 게임들이 좀 있다”고 했다. 패러디 열풍을 불러온 딱지치기에 대해선 “실뜨기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두 남자가 실뜨기하는 광경이 웃길 것 같았다”며 “그런데 역시 룰이 어려웠다”고 했다.

황 감독이 꼽은 ‘오징어게임’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뭘까. 그는 ‘징검다리 건너기’를 꼽았다. “앞사람이 희생해야 뒷사람이 끝까지 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잖아요. 이 사회의 승자인 사람들은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는 것이고, 그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거죠.”

○ ‘한국판 일확천금’ 456억 원

게임 진행요원들과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장면. 황 감독은 작품 구상 초기 1000명이 상금 100억 원을 놓고 경쟁한다고 설정했다가 ‘456명 참가, 456억원 상금’으로 바꿨다. 넷플릭스 제공

게임 참가자는 왜 456명일까. 우승상금은 왜 456억 원일까. 황 감독이 처음 작품을 구상할 당시엔 참가자 1000명, 우승상금 100억 원을 생각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 1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돼버리자 황 감독은 로또 역대 최고 당첨금이 407억 원이라는 데 주목했다. 황 감독은 “400억 원대에서도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설정하다 보니 456억 원에 456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자동차회사 ‘드래곤모터스’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바닥까지 추락하는 인물로 나온다.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황 감독 역시 쌍용차 사태를 참고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죠. 잘 다니던 직장이 도산할 수도 있고, 지금도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요. 그런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편승해 정치권 등에서는 연일 이 단어를 언급하고 있고, 논란의 대상이 된 인사가 자신을 작품 속 인물에 빗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황 감독은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라며 “수용자들이 작품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 내가 입장을 가지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시즌2 제작 여부다. 작품 결말엔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기는 듯한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 황 감독은 “시즌2를 안 만들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웃으면서도 확답은 하지 않았다.

“시즌1을 만들면서 매일 밤 잠을 못 자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었죠. 시즌2를 하면 아예 틀니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입니다.(웃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영화 한 편을 만들고 그 뒤에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