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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조장문, 3년전 떠나보낸 남편 그리며 활시위 당긴다

입력 | 2021-09-01 17:16:00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왔는데 당신 빈자리가 너무 크네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여자 국가대표 조장문(55·광주시청)은 3년 전 남편 김진환 씨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남편이었다. 남편은 2018년 3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김 씨가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암 말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심한 허리 통증을 겪은 것이다.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 선택으로 2017년 12월 전남 화순군 전남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석 달 뒤 가족을 남겨준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조장문은 남편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 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 자신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 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힘든 일은 큰 아들과 상의하고”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나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라고 썼다.

다이어리에는 아내뿐 아니라 일가친척에게 쓴 편지도 있었는데 모두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영원한 내 편’이었던 남편을 잃었다는 허전함,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마음 썼을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패럴림픽만 바라보며 연일 구슬땀을 흘려온 조장문은 도쿄에 도착해 펜을 잡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조장문은 “항상 국내 경기 때 함께 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쿼터(출전권)를 획득해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던 도쿄 패럴림픽에 왔어요. 남편 빈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당신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오네요”라고 답했다.

이어 “끝까지 함께 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라며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라고 썼다.

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리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 대회에선 이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