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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회사? 한마디로 ‘일하는 방식 실험’ 크리에이티브그룹이죠”

입력 | 2021-09-01 03:00:00

[MZ세대가 사는 법] ‘노동계의 아이돌’ 모빌스그룹 3인방 모춘-소호-대오
회사 나오니 비로소 문제 보였죠
퇴사부터 창업까지 영상콘텐츠화
업계선 ‘슬로푸드’ 같은 존재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 모빌스그룹을 함께 설립한 모춘, 소호, 대오(왼쪽부터)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MoTV’의 로고를 들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우리 실험이 실패할 수 있다. 그 대신 이 과정마저도 구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며 나누고 싶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회사의 고공 성장기를 거치며,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연이은 야근에 주말 반납도 자청했다.

언제부턴가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공황증세, 이명증, 디스크, 무기력, 번아웃 증후군까지. 일이 싫었던 건 아닌데…. 뭐가 문제였을까.

네이버 라인프렌즈 내 같은 팀에서 브랜드경험 기획자,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세 사람은 퇴사를 결심했다. 큰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문제가 보였다. “우리는 일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미칠 듯 좋아한다. 다만 일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을 뿐.”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 ‘모빌스 그룹’이라는 회사를 세운 ‘MZ세대 윗자락’ 모춘(38), 소호(35), 대오(37)를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본명 대신 별명을 쓴다. “주체적으로 일하자는 다짐을 담아 새 이름을 지었어요. 본명을 쓰면 왠지 노예근성이 다시 나올 것만 같아서요. 회사가 망하면 본명으로 되돌아가야죠.”(모춘)

이들은 2019년 퇴사 순간부터 창업, 작업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 ‘MoTV’에 올렸다. 현재 구독자는 약 5만 명, 시청자 주 연령대는 23∼34세다. 모빌스 그룹이 일하는 방식을 동경하는 팬들로부터 ‘노동계의 아이돌’ ‘자유노동자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담아 올 4월 낸 책 ‘프리워커스’는 3개월 만에 3만 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와 올해 노동절에 이들의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전시·판매한 팝업스토어엔 1만 명이 넘게 몰렸다.

하지만 콘텐츠를 처음 접한 이들은 여전히 “그래서 뭐 하는 회사인데?”라고 묻는다. 소호는 “한마디로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 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물건, 상품이 아닌 일에 대한 메시지를 판다. 메시지는 간명하고 유쾌하다. 일할 때 가능한 한 천천히 일하자는 ‘ASAP·As Slow As Possible’,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Small Work Big Money’, 어젠다 없는 삶을 갈구하는 ‘No Agenda’ 등이다. 대오는 “더 뾰족하고 구체적인 브랜드와 메시지를 고민한다. 타 업계와 만나는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했다. 메시지에 공감한 구글, 오뚜기, 뉴발란스 같은 유명 기업들도 이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모빌스 그룹의 현재 구성원은 7명. 규모가 커지며 직원 네 명을 뽑았는데 모두 ‘MoTV’ 구독자 출신이다. 3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었단다. 부하 직원보다는 일하는 태도가 잘 맞는 동반자를 채용한 느낌이다. 회의는 ‘수다 타임’에 가깝다. 소호는 “주체성, 솔직함, 유머, 끈기를 봤다. 함께 일할 땐 성과보다 개인 성향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오는 “저희도 학점이 안 좋다. 이력서에서 수치화된 점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슬로 푸드’ 같은 존재다. 천천히, 오래 음미해야 이들이 전하는 가치와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다. 최근 브랜드 업계에서 모빌스 그룹이 자주 언급될 만큼 이들의 이야기가 갖는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모춘은 “처음 ‘빅 머니’의 목표로 세웠던 수익 월 100만 원은 이미 달성했다. 그런데 조금 일하고 얼마나 벌어야 할지, 얼마나 덜 바쁘게 일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매일 ‘갈지자’로 오가며 늘 실험 중”이라고 했다. 소호는 “7명이 일해도 더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한다고 느껴진다. 일종의 캠페인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