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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하지 않은 전기차는 가라!” 테슬라 지망생 ‘루시드’

입력 | 2021-08-08 11:54:00

나스닥 상장 전기차 스타트업… 현대차 출신 이진우가 자율주행 기술 총괄






6월 미국 뉴욕에 문 연 루시드 모터스의 쇼룸 루시드 스튜디오.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강지남]

미국 뉴욕 맨해튼 남서쪽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는 명품숍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패셔너블한 거리다. 최근 이 동네에 핫 플레이스가 하나 더 생겼다. 6월 오픈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이하 루시드)의 쇼룸, 일명 ‘루시드 스튜디오’다. 주말 오전 찾은 루시드 스튜디오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콤팩트하면서 스포티한 외관의 새 전기차를 찬찬히 뜯어본 잠재 고객의 핵심 질문은 “이게 테슬라보다 나은 차인가”였다. 판매 직원은 “한 번 충전으로 테슬라 모델S보다 더 멀리 가고, 최고 속력도 더 높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 세상 주식’으로 등극한 테슬라는 이제 GM(제너럴 모터스), 포드와 함께 미국의 ‘새로운 빅3’ 자동차 제조사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16%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40% 증가했다. 테슬라가 불 지핀 전기차로 전환은 이제 대세다. 세계 상위 20개 자동차 제조사 중 18개사가 전기차 생산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EA는 2030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12%가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한다.

‘제2 테슬라’에 도전하는 전기차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테슬라 효과 중 하나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으로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창업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수소전기차 제조사 니콜라(Nikola)가 대표적 예다.

루시드도 처칠캐피털스팩과 합병을 통해 7월 26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2월 합병을 발표할 당시 260억 달러(약 30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장 첫날 종가는 26.83달러로, 하루 전 주가 대비 11% 상승했다.

포스트 럭셔리 전략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 모델 세단 ‘루시드 에어’.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루시드의 시작은 전기배터리 사업이었다. 2008년 오라클 출신 샘 웽 등이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 아티에바(Atieva)를 설립했다. 오토바이, 세단, 버스용 배터리팩을 개발하며 50개 넘는 특허를 쌓았다. 전기차 제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건 2013년 테슬라에서 모델S 개발을 이끈 피터 롤린슨을 최고기술개발자(CTO)로 영입하면서부터다. 2016년 전기차 사업 부문은 루시드라는 사명으로 분사됐고, 2017년 뉴욕 오토쇼에서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데뷔식을 치렀다. 201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29억 달러(약 3조3300억 원)를 투자하며 루시드 최대주주가 됐다. 롤린슨은 2019년 4월부터 최고경영책임자(CEO)와 CTO를 겸직하고 있다.

루시드에는 테슬라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롤린슨을 포함해 주요 임원 20명 중 8명이 테슬라에서 건너왔다. 이 밖에도 부사장으로 포드 출신 마이클 스머츠(재무 담당), 아우디 출신 데렉 젠킨스(디자인 담당), 애플 출신 마이클 벨(디지털 담당) 등 일등기업 출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 출신 이진우(영어명 유진 리) 박사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담당 시니어 디렉터로 루시드의 자율주행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 단 한 대의 차도 도로에 올려놓지 못한 루시드지만, 포지셔닝 전략은 야심만만하게도 ‘포스트 럭셔리’다. 아우디, 벤츠, BMW 등 기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와 같은 선에 자사를 배치하고,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녹여낸 새로운 럭셔리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테슬라에 대해서는 “혁신적이지만 럭셔리하진 않다”고 못 박는다.

첫 양산 모델은 세단 ‘루시드 에어(Lucid Air)’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517마일(약 832㎞)이고 최고 속력은 168mph(약 270㎞/h)로 테슬라의 모델S(각각 412마일, 155mph)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루시드 측 주장이다. 킬로와트(kW)당 4.5마일 이상 배터리 효율성을 갖췄으며(모델S는 4마일 이상), 직류(DC) 고속 충전 네트워크에서 분당 최대 20마일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가장 빠르게 충전되는 전기차라고도 한다. 가격은 최저 사양 모델이 7만7400달러(약 8900만 원), 최고 사양 모델이 13만9000달러(1억6000만 원)에서 시작한다.

루시드는 지난해 말 애리조나주 카사그랜드에서 1단계 공장 준공을 마쳤다. 현재 최대 3만 대인 연간 생산량을 4단계 준공을 거쳐 2028년까지 4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루시드는 미국과 유럽에서 1만 건 이상 사전 예약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루시드 스튜디오에서 만난 직원은 “연말에 고급 사양 차량을 먼저 출고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예약 고객 우선으로 시운전 이벤트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랜드에 자리한 루시드 모터스 제조 공장.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제휴 네트워크 충전 통할까
니콜라와 달리 루시드는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롱런할 수 있을까.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고, 충전 편의성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선 ‘테슬라 지망생’은 루시드 외에도 많다. 아마존이 7억 달러(약 8000억 원)를 투자하고 10만 대를 구매하기로 한 리비안(Rivian)은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지난해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피스커(Fisker)는 프리미엄 중형 SUV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논란의 니콜라도 수소전기 세미트럭 사업에 매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볼보, 현대자동차 등 기존 강자도 전기차 모델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해도 6만 달러(약 6800만 원)가 훌쩍 넘지만 소비자 평가가 전무한 신생 전기차에 과연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출시 이후 기술 및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슈퍼차저’라는 고속 충전 네트워크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테슬라 돌풍’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루시드는 직접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신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같은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와 제휴하기로 했다. “충전 네트워크 대신 전기차 자체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후발 주자가 갖는 장점”이라는 게 루시드 측 주장이다.

루시드는 이번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장 확장 및 차세대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까지 설비 투자에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집행하고, 2023년 하반기 두 번째 모델로 프리미엄급 SUV ‘루시드 그래비티(Lucid Gravity)’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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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