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한신대 교수·한국사 전공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불조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심경)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책과 더불어 정조시대에 간행된 한글본 정리의궤 권39 성역도를 최고의 가치 있는 유산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기록유산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나, 프랑스에서 우리의 기록유산을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것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에서는 역사 기록유산이 박물관이 아닌 도서관에 있는 것일까? 유럽의 지식인들은 역사를 정리한 기록이나 사상과 문화 혹은 건축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을 박물관에 두고 연구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적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시스템과 연구자들이 도서관에 더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럽의 도서관 문화와 풍토가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도서관은 예전처럼 책을 소장·대여하는 기관, 시험공부를 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전문 연구기관의 역할과 더불어 귀중한 도서의 안전한 보관, 문화 프로그램 운영, 중요한 자료 전시를 함께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인 동의보감 등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국보인 유성룡의 징비록을 소장한 경북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유형문화재인 정몽주의 포은시고를 소장한 부산시민도서관 등 지방기관에도 다수의 중요한 기록유산이 분산되어 있다. 중요한 기록유산들을 국립중앙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이 함께 연구하기를 희망한다. 그게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김준혁 한신대 교수·한국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