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물리학/찰스 S 코켈 지음·노승영 옮김/488쪽·2만5000원·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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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진화를 탐구할 때 우리는 흔히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채택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시각을 빌려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선택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식이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물을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무당벌레에게는 왜 바퀴가 아니라 다리가 달렸는가. 왜 생물마다 세포의 크기가 비슷한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미생물을 연구한 우주생물학자다. 타행성의 극단적 생태환경에서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해온 그에게 생명을 물리학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지구에서 진화해 온 여러 생물을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 규모까지 추적하며 물리법칙이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무당벌레의 모든 다리에는 각기 움직일 수 있는 마디가 3개씩 있다. 이는 무당벌레가 수직 벽을 타거나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당벌레의 발바닥에 난 가시 털에서는 끈끈한 유체 막이 분비된다. 유체 막으로 다리를 바닥에 밀착시키면 이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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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생물을 물리학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진화가 순전히 예측 가능한 물리학의 산물임을 입증하려는 무익한 시도가 아니다. 역사적 변칙과 우연은 실제로 작용하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 다양한 진화의 실험 속에는 물리학의 확고한 원리가 숨어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