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통하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라이프운용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20% 나은 수익률을 보였다. 10여 년 만에 ‘가치주 사이클’이 돌아오는 신호일 수 있다.”
공모펀드 업계를 떠났다가 6개월 만인 이달 사모펀드로 복귀한 ‘가치투자 1세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57)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동성 장세였던 작년처럼 쉽게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마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 수요를 급격히 늘리는 등 미래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며 “작년 압축성장으로 성장주 주가가 정점을 찍은 만큼 이제 (기존에 상대적으로 주가상승이 더뎠던) 가치주 사이클이 찾아올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등과 함께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힌다. 가치투자는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기법이다.
이 의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반값’인 종목 중에서 가치주를 선별한다. 이 의장은 “제 가치투자 방식은 과거와 현재의 입증된 데이터를 미래보다 좀 더 중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 평균치(14∼15배)의 절반 수준인 PER 7∼8배 정도, 주당 순자산비율(PBR)도 평균치(1.2배)의 절반인 0.6배 이하인 종목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 수급 및 유동성 부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외의 이유’로 저평가된 기업들이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도 있다. 최근 가치투자의 변화로 ‘플랫폼 기업의 편입’을 꼽았다. 이 의장은 “아마존, 애플 등은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서 수익을 창출해낸다”며 “과거 코카콜라처럼 이 기업들이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행동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가치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ESG 평가지표가 낮은 기업들 중에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들을 발굴한 뒤 적극적인 경영 컨설팅으로 기업 가치를 올리며 수익을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하반기 유망 투자처로 ‘고배당주’와 ‘지주사’를 꼽았다. 그는 “저성장기에 성장주가 더 각광을 받은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성장이 본격화할 때는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주 환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주사의 경우 “실제 가치와 달리 ‘저평가’돼 적정 가치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