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와 오찬을 겸한 간담회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승 정책실장, 유영민 비서실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안일환 경제수석.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광고 로드중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2일 4대 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을 살피겠다는 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이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광고 로드중
● 44조 투자, 경제 회복 등에 달라진 文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건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은 뒤 이 부회장 사면 얘기임을 확인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말 공동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 문제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대 그룹의 44조 원 투자라는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이 기업의 협조 없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그룹 대표들을 만나자마자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 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은 굉장히 뜻 깊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게 “생큐”를 세 차례 반복했다.
특히 최 회장을 ‘우리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방미 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시작해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마지막에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며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4대 그룹 띄워준 文 “사진 잘 찍어주세요”
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거듭 감사를 표시하면서 1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찬 시작 전 환담에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문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문 대통령은 그룹 대표 4명과 이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또 지난달 31일 폐막한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때 사용했던 수소차의 번호판을 정의선 회장에게 선물했다.
이날 오찬 때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회담 때 나온 메뉴였던 크랩 케이크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황형준기자constant25@donga.com
서동일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