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서 표명… 성명 반대등 소극적 태도 바꿨지만 ‘휴전 즉각 촉구’ 등 직접 요구 피해… 5일 8300억원 상당 무기 판매 승인 “겉은 중재, 실제론 무기 지원” 비판… 터키대통령 “피묻은 손으로 역사 써” 9일째 충돌… 팔 213명-이 12명 사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9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휴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5일 이스라엘에 8000억 원이 넘는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던 사실도 드러나 미국이 앞에서는 휴전을 지지하면서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17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휴전에 대한 그의 지지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이집트를 비롯해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할 미국의 개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휴전’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길 꺼려 왔다. 다자무대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는 데 계속 반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샀다.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지지 의사를 이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런 미국의 태도에 대해 민주당 진보진영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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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5일 이스라엘에 7억35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정밀유도무기 판매를 승인해 의회에 통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의회는 15일간의 심사를 거쳐 이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낼 수 있지만 지금 남은 절차와 시간을 봤을 때 의회가 무기 판매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WP는 분석했다. 미국이 앞에서는 두 나라 간 휴전을 중재하면서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피 묻은 손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인도주의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은 18일에도 계속됐다. 이스라엘군 히다이 질베르만 대변인은 “18일 새벽 30분간 전투기 60여 대를 동원해 가자지구 내 군사 목표에 폭탄 100여 개를 투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90여 개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항전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팔레스타인 213명, 이스라엘 12명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또는 연계 무장단체 대원 1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목표물이 ‘메트로’로 불리는 하마스의 지하 군사기지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10일부터 18일까지 총 4번에 걸쳐 메트로를 겨냥한 공격이 이뤄졌다. 앞선 세 번의 공격에서 약 100km에 달하는 메트로 내 군사 시설물이 파괴됐고, 18일 공격으로 15km 구간에 이르는 터널 시설물이 추가로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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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충돌은 이달 초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인 알아끄사 사원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를 강경 진압하자 하마스가 경찰 철수를 요구하며 10일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에 이스라엘군이 맞불 전투기 공습을 펼치면서 벌어졌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