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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피해 보도하던 외신건물 콕 집어 공격… AP “충격과 공포”

입력 | 2021-05-17 03:00:00

이스라엘-팔레스타인 7일째 교전
이스라엘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건물” 주장
공습 1시간전 건물주에 대피 통보… AP “전세계, 더 많은 뉴스 못받을 것”

바이든 “민간인 피해 더는 안돼”… 이-팔 지도자와 통화, 해법 촉구



이스라엘군이 16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 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한 건물을 공습했다. 이날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의 시신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10일부터 7일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희생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언론사를 공격한다는 사실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력충돌을 이어가던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외신들이 입주한 12층짜리 건물 ‘잘라 타워’를 공습으로 파괴하자 AP통신이 내보낸 반응이다. 이 건물에는 미국 AP통신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영국에 본부를 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 다수 아랍 매체 등이 입주해 있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 현황과 가자지구 피해 상황을 이 건물 옥상에서 촬영해 보도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은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라고 주장하며 공습했다. 그러나 AP통신 게리 프루잇 사장은 “건물에서 하마스가 움직인다는 정황은 없었다”며 “이 일로 전 세계는 더 많은 뉴스를 접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해당 건물이 폭격 후 순식간에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모습을 50초간 생중계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언론의 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습 1시간 전 이스라엘군이 잘라 타워 건물주에게 “공습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모두 대피하라”고 연락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10일부터 7일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16일까지 팔레스타인 181명, 이스라엘 10명 등 양측의 사망자가 최소 191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1700명을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한 건물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한꺼번에 숨졌다고 전했다. 16일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건물 3동이 파괴되면서 10일 이래 하루 최다인 33명이 숨졌다. 16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피란민은 1만여 명에 이른다.

이스라엘군은 16일 새벽에도 공습을 이어가 하마스 지도자 예히야 알 신와르의 집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하마스 관련 인사 2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16일까지 이스라엘 방향으로 3000여 발에 이르는 로켓포 공격을 감행했다. 이 중 약 절반이 이스라엘의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Iron Dome)’에 의해 요격되거나 불발됐다.

무력충돌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국제사회는 양측에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15일 연쇄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이전의 경계선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각각 공존하자는 개념으로, 국제 사회가 대체로 지지하는 방안이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16일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5일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스위스 제네바 등 유럽 곳곳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보스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유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무력충돌 중단을 요구하며 민간인 희생자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은 7일부터 10일까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알아끄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하면서 촉발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경찰에 알아끄사 사원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10일 오후부터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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