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102년 한국영화사 처음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 1971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스타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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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 올해 74세를 맞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영화 역사 102년을 통틀어 최초의 기록이면서 윤여정 연기 인생의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유쾌한 할머니 ‘미나리’ 속 ‘순자’의 모습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55년간 여배우로 버텨온 발자취를 짚어봤다.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해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는 36편, 드라마는 총 100여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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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전통적 여성상과 거리가 먼 주체적 이미지를 구축해 온 그는 가식이 없는 진솔함으로 인기를 끌어 왔다. 드라마 속에서는 디자이너, 의사 등 소위 ‘사’자 붙은 직업의 지적이고 당당한 여성이었다. 특히 영화에서는 강렬한 캐릭터를 주저 없이 연기하며 진취적인 여배우들의 롤모델이 됐다.
첫걸음부터 예사롭진 않았다. 충무로의 거장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는 TV 탤런트만 경험했던 윤여정이 처음 도전한 영화였다. 김 감독이 자신의 1960년 흑백영화 ‘하녀’를 컬러판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돈을 벌러 상경해 양계장을 하는 유명 작곡가 ‘동식’(남궁원) 부부의 집에서 일하게 되는 시골 처녀를 연기했다. 임상수 감독이 칸에 들고 간 전도연 주연의 ‘하녀’가 이 영화의 현대판 리메이크다.
그런 그도 중년에 접어들자 통과의례와 같은 전형적인 역할을 피할 순 없었다. 억척스러운 엄마 혹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악덕한 시어머니로 악다구니를 썼다. 결혼·이혼 등으로 공백을 겪고, TV 연속극 속 이름 없는 엄마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50대 중반에 영화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바람난 가족’으로 시작된 임상수 감독과의 협업이 새 전성기를 열었다. 문소리·황정민 주연의 이 콩가루 가족 영화에서 그는 예순에 섹스의 참맛에 눈뜬 시어머니를 연기했다. 이어 ‘돈의 맛’에선 젊은 남자를 탐하는 재벌가의 숨은 권력자가 됐고 ‘죽여주는 여자’에선 사회 주변부를 버티며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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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이고 개성 있는 배우로 불리는 그는 ‘미나리’에 이어서 세계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하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8부작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배우들이 캐스팅된 글로벌 대작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포함된 임상수 감독의 새 영화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도 그가 출연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