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왼쪽)과 이정향 감독.
김 할머니 유가족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세가 많으신 탓에 약 2년 간 병치레를 하시다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영화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16일 영상통화로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며 “‘코로나19 풀리면 꼭 면회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직접 뵙지도 못해 너무 슬프다”고 울먹였다.
영화 ‘집으로’ 스틸컷.
‘집으로…’는 7세 서울 꼬마가 TV도 없는 산골의 외할머니집에 와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잔잔하게 담은 영화다. 말을 못하고 눈도 침침한 외할머니를 ‘벙어리’라며 함부로 대하던 철없던 손자는 모든 것을 넉넉히 감싸 안는 외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
영화 ‘집으로’ 스틸컷.
영화 ‘집으로’ 스틸컷.
영화의 결말을 몰랐던 할머니는 나중에 손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완전히 감정에 몰입해 서운한 마음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극장에서는 이런 할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았다. 이 감독은 자랄 때 외할머니와의 정이 각별했다. 영화 마지막에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생전 외할머니한테 한번도 말하지 못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김을분 할머니.
빈소는 서울 강동성심병원. 발인 19일. 02-2152-1360.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