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기초학력 붕괴]‘진단-신뢰’ 흔들리는 교육 두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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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뭐가 부족한데요?”
수화기 너머로 냉랭함이 느껴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3학년 지훈이(가명) 부모에게 ‘수학과 국어 기초학력이 좀 부족한 것 같으니 방과 후에 남아서 보충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 뒤였다.
이 교사는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의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는 교사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따로 남겨 가르쳐 보려 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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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부모에게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기가 제일 어렵다고 해요. 얘길 꺼내면 ‘학력의 개념이 달라졌는데 읽기, 셈하기가 뭐가 중요하냐’ ‘내가 알아서 한다’ ‘학원에 보내겠다’며 화를 낸다는 거죠.”(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이와 반대로 학부모들은 교사의 관심과 지도를 원하는데 교사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이 거부해서 방과 후 지도를 못한다고요? 공교육에서 교사들이 별도 시간을 투자해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반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곳도 많으니 교사들이 의지를 가지면 충분히 개별 지도 방식으로 기초학력을 키울 수 있는데도요.”(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안에 답이 있지만 아무도 그 얘기를 못 꺼낸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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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sojee@donga.com·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