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오세훈 부동산정책 시동… 충돌 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취임하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곳곳에서 중앙정부와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은평구 시립서북병원을 방문한 오 시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송파구 잠실5단지 등에선 서울시가 수년째 미뤘던 재건축 관련 행정절차가 곧 진행된다. 하지만 안전진단 완화 등 상당수 규제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거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시의회 동의를 얻어야 해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에 대해 오 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토부 등 중앙정부와 상호 협조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협조 방안을 잘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내년 공시가 인상 제동 포석
올해 공시가는 이달 29일 확정된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공시가 조사를 벌이기로 한 건 내년 공시가 동결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은 사례를 근거로 제시해 공시가 동결을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 용적률-안전진단 완화 두고 충돌할 듯
오 시장은 민간주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으로 가장 먼저 재건축 관련 고시나 심의 등 행정절차를 서두를 계획이다. 오 시장 측은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설명하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들 단지는 그동안 서울시가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킨 만큼, 당장 오 시장 ‘의지’만으로 즉각적인 규제 완화 효과를 내고 주변 집값을 들쑤신다는 비판도 비켜 갈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규제를 신속하게 완화하면서 주변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2018년 3월 설계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가 이 설계안을 심의하기 위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소위원회를 열지 않아 3년 넘게 사업이 제자리걸음이었다. 압구정동과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년째 미루는 바람에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되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35층 규제는 시장 권한으로 풀 수 있지만 오 시장 측근은 “시의회가 협조하지 않을 분위기라 당장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의원 110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재건축 수익성과 직결되는 용적률 규제를 풀려면 시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전주영·이청아 기자